◎대상 최명훈/역대 최연소·국내파 첫 영광/수상작 ‘아수라석굴암5’/불교탐색 연작중 관현악곡/“윤이상작품 듣고 내소리 찾아”최명훈(25)은 무서운 신예다. 경원대 재학시절부터 국내 주요 작곡콩쿠르를 거의 다 휩쓸었고 폴란드의 권위있는 모자이코 현대음악제등 외국에서 심심찮게 작품이 연주되고 있다. 계원예고, 경원대를 나온 그는 새해 2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술전문사(석사에 해당) 과정을 졸업한다. 유학경험이 없는 국내파가 안익태작곡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작곡가로 명함을 내밀기엔 아직 어리지만 작곡계의 관심이 그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수상작 「아수라석굴암 5」는 불교를 탐색해온 「석굴암」연작의 하나. 생애 두번째 관현악작품이며 3관 편성으로 되어 있다. 혼돈과 갈등의 세계를 넘어 정화를 갈망하는 마음을 능엄경에서 가져다 악보로 옮겼다.
『음향 위주의 관현악적 수법으로 쓴 작품입니다. 고전음악은 흘러가면서 변화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음군(音群)이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미묘한 변화입니다. 각 악기의 음향공간을 활용, 마치 여러 개의 파문이 동시에 퍼지는 것같은 거지요. 실내악적 치밀함을 오케스트라로 확장한 것이라고 할까요』
「석굴암 1」은 95년 작곡했다. 지금은 「석굴암 6」으로 현악합주 「푸르바 프라니드하나」(願·원)를 쓰고 있다.
작곡가 윤이상은 그의 음악행로를 바꿔 놓았다. 『94년 윤이상 음악축제에서 처음 그의 작품을 듣고 전율했습니다. 내 소리를 찾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릴 때였는데, 거기서 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신비의 영역을 발견하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지요』 97년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세계음악제의 최연소 입선작 「윤」(尹)도 윤이상이 화두다. 윤이상이 죽은 날, 그는 이상한 꿈을 꿨다. 해바라기숲에서 가장 굵고 큰 해바라기가 목이 부러지고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었다. 아침에 깨었을 때 TV에서 윤이상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음악은 사회의 반영』이라고 믿는 그는 몇 개의 사회성 있는 작품을 썼다. 피아노3중주 「꽃이여, 이름이여, 자유여」, 목관3중주 「사랑의 무기」는 김남주시인의 80년 5월 광주,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리없는 비명」은 하종오시인의 낙태 소재 시가 바탕이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치다가 중3때 우연하게 작곡공부를 시작했다. 제2회 안익태작곡상 가작 수상자인 김기범이 그의 경원대 스승. 음악원에서는 유병은을 사사했다.<오미환 기자>오미환>
◎가작 김창재/응모자중 가장 나이많아/“객관적 평가 좋은자극”/“차원높은 색채감 표현 고심”
김창재(50·계명대 음대교수)씨는 응모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96년 대한민국 작곡상(실내악 부문)을 받은 중견이 콩쿠르에 응모한 것부터가 신선한 뉴스다. 그는 가작 수상에 그친 데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작품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 문제될 수 없다』며 『객관적으로 평가받음으로써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칠순이 되어도 다시 응모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작 「심포니」는 오케스트라의 음향으로 가능한한 한국적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한 작품. 『그렇다고 5음음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리듬, 선율, 화성에서 다양한 현대적 어법을 구사해 차원높은 색채감을 만들려고 고심했다』고 설명한다. 본격적인 관현악곡으로는 첫 작품. 전에 두 편 쓴 게 있으나 습작수준이라고 자평한다. 이번 작품이 심포니 1번인 셈이다.
그는 오늘날 현대음악의 흐름을 『다양한 조류의 공존』으로 파악한다. 복잡성음악, 아주 단순한 음악, 존 케이지처럼 명상적·동양적 세계를 담은 것, 크럼 등의 신인상주의, 펜데레츠키 등의 신낭만주의, 소음 중심 음악 등. 따라서 『하나의 조류로 말하기는 어려우며 작곡가는 취향에 따라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인다. 이번 작품은 전환점에 해당된다. 『전에는 아주 추상적인 복잡성음악을 좋아했으나 이번 작품은 펜데레츠키 등의 신낭만주의 내지 좀 더 구체적인 음악으로 옮겨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그가 새롭게 펼쳐갈 작품세계가 기대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심사평/교수들 응모증가 등 거듭할수록 수준 향상/일부 기교 치우쳐 예술성 소홀 아쉬움도
올해 제6회 안익태작곡상 대상은 25세의 최명훈(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술전문사 과정)씨가 차지, 역대 최연소를 기록했다. 가작의 김창재(50·계명대 음대교수)씨는 이 상이 신진뿐 아니라 기성작곡가까지 참여하는 권위있는 작곡콩쿠르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응모작 14편은 해마다 작품수준이 높아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관현악은 독주, 실내악을 지나 작곡가가 넘어야 할 마지막 산. 관현악작품만 공모하는 안익태작곡상은 작곡가의 최대역량을 평가한다고 말할 수 있다. 국내 관현악 작곡콩쿠르는 이 상 외에 한국음악협회가 올해 처음 시행한 한민족 창작음악축전이 있을 뿐이다.
수년 전부터 안익태작곡상을 심사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종전에는 대학원 졸업작품이나 학위취득용 작품등이 제출된 적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이 상을 위해 새로 쓴 작품들도 등장하는 바람직한 현상이 나타났으며 더욱이 현역 대학교수들이 많이 응모, 상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몇몇 작품은 작곡기법상으로 기교에 치우쳐 새롭고 예리한 표현을 추구하는 것은 좋으나 자못 너무 차갑고 메커니즘으로 흘러버려 예술성이 등한히 되는 느낌을 주어 아쉽기도 했다.
또한 관현악 각 악기의 특색과 음역등을 고려하지 않고 너무 욕심을 부려 작품을 훼손하는 예도 더러 있었다.
음악성을 중요시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현대적이고 새로운 감각과 수법을 구사하며 거기에다 승화된 한국적 멋이 깃든 작품, 이것이 바로 우리 현대작품의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응모작 14편 중 본선에 올라온 6편은 다 좋은 작품들이어서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6편 모두 「가작」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대상 하나와 가작 하나만 선출할 수 밖에 없었으나 바라건대 가작을 우수상으로 승격시키고 상금도 더 올렸으면 좋겠다.<정회갑 심사위원장>정회갑>
◎심사경위
심사는 18일 예심, 23일 본심 두차례 실시됐다. 총 응모작 14편을 놓고 입상 가부를 ○×로 표시, 심사위원 5명 중 과반수인 3명 이상이 ○표를 던진 6편을 골라냈다. 예심통과작은 김창재 「심포니」, 이규봉 「관현악을 위한 공리 Ⅱ」, 신은하 「심포니 2번」, 류건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합악」, 김봉호 「정원의 섬」(Islands in the Garden), 최명훈의 「아수라석굴암5」. 최명훈과 김창재의 작품은 전원으로부터 ○표를 받았다. 본심에서는 심사위원 각자가 6편의 등위를 매겨 점수합계로 대상과 가작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정회갑(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위원장) 김정길(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 나인용(연세대 음대〃〃) 윤해중(경희대 음대〃〃) 이영조(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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