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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시한폭탄’ 사설펀드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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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시한폭탄’ 사설펀드 기승

입력
1998.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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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투자자 10∼20명 모아 투기성 투자/“단기 고수익” 초보자 유혹/주부·명퇴자 등 대거 가입/사기성높고 원금 날릴수도주가 급등으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증권시장에서 소액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사설펀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때문에 경험없는 초보투자자들이 집단적으로 투자위험에 노출돼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사설펀드는 주로 증권사 직원들이나 전문적인 증권투자자들이 3,000만원 미만의 개인투자자 10∼20여명을 계좌하나로 몰아 투자하는 방식. 투자규모가 클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3,000만원 이상으로 제한된 고수익 선물거래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소액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사설펀드는 워낙 투기성이 높아 증권투자신탁업법상 엄격히 금지돼 있으나 최근 손해를 일거에 만회하려는 투자자들의 다급한 심리에 영합,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A회사 김모(32)씨는 『친구 10여명과 함께 1억원 규모의 사설펀드에 가입키로 하고 보너스와 은행대출금 등을 모아 투자금액을 만들고 있다』며 『「황금의 손」이라고 불릴 만큼 증시에 정통한 주변사람이 1년만에 최소 100% 수익률을 보장한다고 권유해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부서직원 15명중 4, 5명이 이미 사설펀드에 가입, 회사일은 제쳐두고 매일같이 증시객장에 나가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말 모은행에서 명예퇴직한 뒤 500만원 안팎의 소액규모 주식투자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모(54)씨도 최근 알고 지내던 증권사직원의 소개로 1인당 2,000만원씩 투자하는 사설펀드 「○○투자클럽」에 가입했다.

현재 서울 강남과 여의도, 명동 등의 증권사 객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설펀드는 대략 50여개 안팎으로 총 1,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내년초 무디스사의 신용등급 조정 등으로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명퇴금을 받은 실직자들과 가정주부들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사설펀드를 한마디로 「시한폭탄」으로 보고있다.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면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가는데다 사기성도 높아 분쟁이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지난해말 사법처리됐다가 풀려난 증시조작세력들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금융브로커로 증권가에 재등장, 각종 루머를 퍼뜨리며 증시조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위험부담을 높이고 있다.

D증권사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돈을 몽땅 털어넣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그러나 불안한 널뛰기를 하는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가 이익을 보기는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증권감독원도 이달 10일부터 암행점검에 들어갔으나 아직까지 단 한건도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감원 관계자는 『사설펀드는 워낙 비밀리에 이루어져 단속이 힘들다』며 『피해자의 제보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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