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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가 ‘교육포기’돼선 안된다/최윤진 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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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금지가 ‘교육포기’돼선 안된다/최윤진 중앙대 청소년학과 교수

입력
1998.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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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체벌문제로 교육현장이 무척 소란스럽다.체벌받았다고 112 신고하는 학생, 자신의 자녀에게 체벌을 가했다고 교사를 폭행하는 학부모 등 과거에는 별로 보지 못했던 진풍경들이 교육현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과밀학급 속에 점점 자유분방해지는 요즘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 체벌은 불가피하며,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곧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는 일부 교사들의 자조섞인 주장이나 실제 학생의 비리를 눈감고 못본척하는 교사의 교육포기 현상이 조금씩 전개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러나 과연 체벌없이는 교육할 수 없는가?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주장했듯이 체벌은 단지 일시적인 행동억제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 행동변와의 수단이 되지 못할뿐더러 도리어 학생개인에게는 공격성 등 심리적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또 교사들에게는 자칫 감정적 폭력으로 둔갑해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사제지간의 신뢰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체벌을 꼭 사용해야만 하나? 체벌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근거나 확신도 없이 그동안 너무 체벌의 위력에 맹신하고 의존하여 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체벌은 학생에게 자율적 생활능력을 키워주는 적극적 교육수단이라기 보다는 잘못된 행동을 억제하는 소극적 봉제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교육은 타율적 순응보다는 자율적 개발과 도야에 먼저 관심을 갖고, 벌과 징계 등이 응징수단보다는 보상, 칭찬, 격려 등 조장 및 고취수단을 먼저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설혹 질서있는 교육을 위해 통제수단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체벌은 여러가지 통제수단 중의 한가지 방법에 불과할 뿐, 체벌보다 더 통제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예방단계, 치료단계별로 또는 학급, 학교, 지역사회 단위별로, 학생 훈육및 문제행동 통제를 위한 다양한 방법과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번 서울시 교육청에서 체벌 대체방안으로 옐로우 카드제나 재교육 프로그램 참가 방안 등을 제시하며 다양한 훈육방법의 모색을 시도한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 더욱 다양하며 효과적인 방법의 개발과 적용을 통해 체벌의 남용과 의존으로부터 탈피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벌의 사용이 불가피할 경우에는 관계당사자들이 수긍할 만한 합당한 기준과 범위, 방법이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 학생의 성숙정도, 문제 행동의 유형과 심각성 정도, 체벌수단과 장소 등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두고 이러한 기준과 방법을 수립하는데 학교측 담당자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여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의 소지를 줄이고 합의된 기준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벌` 은 이제 우리교육현장에서 있을 수는 있되, 별로 쓸모없는 훈육수단으로 대수롭지 않게 간주됨으로써 초연한 자세로 체벌문제에 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누군가 우리의 교육여건이나 버릇없는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는 가정 때문에 학교에서의 체벌이 불가피 하다고 주장한다면, 체벌사용으로 인한 현상유지의 노력보다는 문제가 되는 교육여건의 개선과 가정교육의 기능 회복을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우리의 교육을 살리는 길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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