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쉴틈 안주는 DJ정치에 실망”/“야당 말살 계속땐 국민이 용납안해 만고불변의 권력구조 있는것은 아니다/허주 오해있는듯 黨 함께 이끌어갈것/정부 민간경제 밀어붙이기정책에 우려”□대담=이유식 정치부 차장
금년은 이총재의 인생역정에서 가장 힘든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8월31일 총재취임후 하루도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치앞이 안보이는 폭풍우속을 뚫고 지나온 느낌입니다. 도중에 좌절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격려해준 국민과 당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른바 세풍(稅風), 총풍(銃風)사건 수사와 재판이 계속되면서 이총재와 당이 더욱 어려운 처지를 맞고 있습니다.
『여권이 정상적인 정치를 할 의도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토멸(討滅)시켜 일당독재를 하겠다는 것인지…. 그러나 당장은 여권이 있는 말, 없는 말을 흘려서 나와 우리당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이런 행위가 얼마나 반(反)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것인지, 그리고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지 국민이 알 수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세풍, 총풍사건과 당내 반목의 와중에 이총재의 「대쪽 이미지」도 상당한 상처를 받은 것같은 데요.
『우리 정치사를 통틀어 야당총재가 탄압받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싸움을 하고 전쟁을 치르면서 몸에 상처 하나 안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제 인생의 초점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 이회창의 양심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엔 내각제 개헌문제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신지요.
『여권의 내각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확실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내각제를 놓고 공동정권내에 상당한 갈등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총리의 내각제 약속을 권력분점을 위한 야합으로 규정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당헌상 대통령제를 명시하고 있는 우리당이 여권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만고불변의 권력구조가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우리도 무엇이 국민의사와 이익에 합치되느냐를 생각할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 내각제 논의에도 긍정적으로 대처할수 있다는 의미입니까.
『확대해석은 하지 말고, 말 그대로 이해해 주세요』
경제청문회가 정책 청문회가 된다면 누구도 증인으로 채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까.
『우선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청문회를 꼭 개최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몰라서 지금 못하는 일이 있습니까. 하지만 여야가 약속한 사항이니 굳이 한다면 결코 피하지 않고 정면대응할 것입니다.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을 알아내고, 이를 향후 경제운영의 자료로 삼을 수 있는 정책청문회가 이뤄질 수 있다면 필요한 일은 다 하겠다는 것입니다. 나의 입장이 변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나는 처음부터 이런 원칙을 피력해 왔습니다』
김윤환(金潤煥) 전 부총재와의 결별후 당내 신주류 또는 새로운 주도세력 형성을 위한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당내에 계파가 엄존하고 있으나, 당의 갈등과 분열을 일으킬 만큼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총재단이 뜻을 함께 모아 당의 진로를 정립하고 있고, 당이 위태로울 때는 모든 계파가 똘똘 뭉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도부가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 구태여 다른 계파나 힘을 끌어내 당의 균열을 초래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김전부총재는 「다시는 이총재와 정치를 함께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결코 김전부총재가 당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오해가 있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그동안 당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고 나에게도 큰 도움을 준 만큼 끝까지 같이 당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비주류를 끌어안기 위한 구상을 밝혀 주십시오.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총재가 비주류의 당무참여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은 잘못된 일 입니다』
야당지도자로서 포용력과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글쎄, 포용력이라는게 무얼 의미하는지…. 나는 모든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 단 한사람도 소홀히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나를 향한 여러 말이 있으나,민주정당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당이 내년초부터 야당의원 빼가기를 재개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은데요.
『오만방자한 야당말살을 계속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입문후 우리 정치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어떤 것입니까.
『3김 구태정치의 폐해를 부각시킨게 나름의 기여라면 기여겠죠. 또 지난 대선에서 과거 여당처럼 정경유착에 의한 막대한 자금이 없이도 선거를 치러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당은 대선 당시 지정기탁금제 폐지를 선언함으로써 200억원 이상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그런 우리가 무엇하러 국세청을 동원해 돈을 거둬 들였겠습니까. 오히려 당시 야당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대선자금을 썼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김대통령에 대해 개인적 신뢰를 갖고 있습니까.
『정치에 관한 김대통령의 행동에 대해서는 크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미래지향적이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밝은 정치가 가능한데도 김대통령은 야당에 숨쉴 틈도 주지않는 삭막한 정치를 펴고 있습니다. 여당은 「야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여당이 야당을 벼랑끝에 몰아 죽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신인인 이총재가 김대통령과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김대통령은 3김정치를 하고 있고, 나는 탈(脫)3김정치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생명력과 경쟁력이 있는 지는 단기간에 판명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승부가 날 문제라고 봅니다』
야당이 교원정년 단축, 전문직 협회 복수단체 허용 등 개혁·민생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사안마다 우리당 나름의 반대이유가 있습니다. 예컨대 협회의 복수단체가 허용되면 이에 대한 징계와 인사 등 정부의 간섭권이 도리어 강화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어떻습니까.
『일반의 평가는 경제는 그런대로 꾸려가는 것 같다는 것이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하겠다고 해놓고 과거 권위주의 정부와 다름없이 민간부문을 정부가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우려할 일입니다』
혹시 정치입문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개인적 회한보다는, 우리 정치가 이토록 야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갖고 있습니다』
2002년에 예정대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다시 대권에 도전할 생각입니까.
『벌써부터 무슨 그런 얘기를…』<정리=유성식 기자>정리=유성식>
◎인터뷰를 마치고…/이 총재 “거친 대목 다듬어달라” 노기 억눌러
이회창 총재는 인터뷰 내내 자신과 주변인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여권에 대한 노기(怒氣)를 억누르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답변 도중 『격한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하는데…』라며 잠시 말을 끊고 감정을 다스렸고, 『거친 대목은 잘 다듬어 달라』고 기자에게 부탁하기도 했다.
이총재가 특히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소속 의원 사정문제. 이총재는 『여권은 야당의원에 대한 뒷조사에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10명 가까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다른 한쪽에선 불구속 기소 얘기를 흘리는 등 과거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해놓고 여당이 야당의 전략이 어쩌니 저쩌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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