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 연하장 발송국회의원들도 컴퓨터 「해커」의 고객이라면 의아하게 들릴 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이다. 의원들이 각각의 지역구 유권자들의 주소를 파악하기 위해 해커를 동원하고 있다는 것은 여의도 의원회관 주변에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지역구에 발송하는 각종 연하장, 의정보고서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탓에 여의도를 떠도는 해커들도 제철을 만났다.
의원들이 해커의 유혹을 받게 되는 이유는 지난 6·4지방선거때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00여만원을 주고 구입한 지역구 「선거인 명부」디스켓에 암호장치가 돼있기 때문. 선관위는 유권자들의 주소를 비롯한 인적사항이 기록된 이 디스켓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단순히 「열람」만 할 수 있도록 암호장치를 해놓았다. 그런데 수만명 유권자들의 주소를 일일이 파악하기 힘든 의원들은 이 암호를 풀기만 하면 디스켓으로 직접 「주소 작업」을 할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지난 여름부터 누군가의 아이디어로 하나 둘씩 시작한 이 방법은 순식간에 퍼져 지금은 의원회관을 휩쓸고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실상 불법이기 때문에 국민회의 K의원은 김정길(金正吉) 행정자치부장관을 찾아가 합법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기도 했으나 김장관이 난색을 표명, 결국 해커를 이용하게 됐다고 한다.
디스켓 한 장의 암호를 푸는 데 해커들이 부르는 값은 천차만별. 수요에 따라 최하 10만원에서 최고 50만원까지의 시세가 형성된다. 대부분 20대인 이들 해커들은 여의도에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다른 일을 겸업하면서 의원들로부터 일을 따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디스켓의 암호를 푸는 일은 일반 전산망에서는 불가능하고 정부가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거나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국립대 전산망이 이용되고 있다는 소문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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