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비결은 민원 원스톱서비스”/지방행정 효율화 위해선 중앙권한 대폭이양 필요/환율 정부 직접 개입은 곤란『미국의 대표적 유통회사인 월마트 본사는 창립 이후 줄곧 아칸소주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칸소는 우리 전라북도보다 주세(州勢)가 약하지만 월마트 덕분에 경제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월마트가 세계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각지의 기업들이 앞다투어 아칸소에 사무실을 차리고 기업인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 특히 외국기업의 투자는 이처럼 중요합니다』
□대담=이백만 경제부장
지난 3월 우리경제가 회생의 길을 걷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던 뉴욕 외채만기연장협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유종근(柳鍾根) 전라북도 지사. 유지사는 요즘 외국인투자를 유치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전라북도는 유지사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외국인투자유치에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서 1위를 차지했다. 전라북도가 올들어 유치한 외국인투자액수는 무려 19억9,800만달러(13건). 경기 경북 경남 등 쟁쟁한 광역자치단체를 제친 것이다.
유지사는 24일 한국일보와 특별인터뷰를 갖고 외국인투자유치, 경제전망, 환율정책 등 경제현안에 대한 소신과 현장에서 느낀 감회를 밝혔다.
외국인투자 유치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95년 지방선거때 외자유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예상치 못한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당시만해도 「외자는 곧 차관」으로 등식화하던 때였어요. 당시 상대방후보는 「도(道)를 빚더미로 만들려고 한다」 「땅 덩어리를 넘겨주려는 것이냐」고 시비를 걸었습니다. 지금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요. 또 지사에 취임후 도의 영문홍보지를 보니 말그대로 「콩글리시」였습니다. 중앙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도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전라북도가 다른 시도에 비해 외국인투자유치에 앞서고 있는데….
『전라북도는 국제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곳」이라는 평판을 얻었다고 자부합니다. 최근 전경련의 조사에서도 전라북도는 기업경영환경이 가장 개선된 곳으로 꼽혔습니다. 우리는 이미 3년전부터 외국인투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외국인투자자의 민원사항을 한곳에서 하루에 처리해주는 원스톱서비스의 정착이 투자유치성공의 비결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5월 한화엔지니어링에 대한 독일기업의 투자도 하루에 관련절차를 대행 처리해줬습니다. 외국기업이 전북지역에 공장을 차린 후에도 그들의 애로사항을 그때그때 처리해주는 사후관리도 매우 중요합니다』
지방정부 운영의 어려움도 클텐데….
『국민의 심판을 받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치안과 환경문제 등을 직접 챙길 경우 임명직 장관의 지휘를 받는 공무원들 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책임있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임명직은 재선을 위해 주민들의 눈치를 보면서 국민위주의 행정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대통령께도 이 점을 수차례 말씀 드렸고, 대통령도 이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권한을 지방에 넘기려 하질 않아요. 이점이 바로 지방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새만금간척지 개발및 용도결정문제가 지역의 큰 현안 아닙니까.
『내년초 도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일부 환경론자들은 (새만금간척지를 산업단지로 사용할 경우) 환경에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간척지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백지화할 경우 이미 쌓아놓은 제방을 허물고 보상금도 환수해야 하지 않습니까』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묻겠습니다. 환율하락세가 가파르지 않습니까.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가 환율안정을 위해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과도 합의한 사항입니다. 그러나 (직접적인)개입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내년에 우리경제가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고용창출과 기업구조조정입니다. 구조조정은 아직도 멀었어요. 이에 따라 실업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고용문제 해결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은 실제로 나아지고 있습니까.
『투자유치 등을 위해 외국인들을 접촉한 결과 한국경제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기업구조조정은 더 두고 봐야하겠다는 태도입니다. 정부의 의지는 좋지만, 대기업 경영진들의 의식구조는 달라지지 않고 때문에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정리=김동영 기자>정리=김동영>
□약력
▲전북 정읍출생, 54세 ▲전북 익산 남성고, 고려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박사 ▲미국 럿거스대 교수(73∼94년) ▲뉴저지 주지사 수석경제자문관(79∼90년) ▲재미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소장(88∼89년) ▲아태평화재단 사무부총장(94∼95년) ▲전북지사(95∼현재) ▲새정치국민회의 당무위원(95∼97년) ▲12인비상경제대책위원회 위원 ▲김대중 대통령 경제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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