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인연’ 나폴레옹제과점 선물에/성가복지병원 100여명 조촐한 잔치/“IMF후 온정줄었는데…” 세밑훈훈24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성가복지병원(원장 홍이사벨 수녀)에서는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은 잔치가 열렸다.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100여명 행려병자들과 병원식구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앞에 놓고 한자리에 모였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도, 값비싼 선물도 없는 조촐한 자리. 그러나 캐럴이 흐르면서 모두 말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따뜻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다. 이 케이크는 90년 이 병원 설립 때부터 줄곧 빵을 가져다 주고 있는 성북구 삼선2가 나폴레옹제과점(대표 강병천·康炳天·41)의 성탄선물이다.
나폴레옹제과점은 이 업계에서 사관학교로 불린다. 68년 개업한 이래 이 제과점이 배출한 제과업계 사장, 공장장만 100여명이 넘기 때문이다. 빵이 귀하던 시절, 각국 대사관에서 이 집 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던 모습은 이제 옛일이 되어버렸지만 아직도 칠레, 이탈리아대사관은 나폴레옹 빵만을 고집한다.
나폴레옹제과점을 개업한 강사장의 어머니 양인자(梁仁子·65)씨는 「그날 구운 빵을 절대로 다음날 내놓지 않는다」는 영업방침에 따라 팔고 남은 빵을 사회복지시설에 제공해 왔다.
그러다가 90년 프랑스에서 경영학석사를 받고 돌아온 아들이 어머니를 대신해 제과점의 운영을 맡고 이즈음 문을 연 성가복지병원이 도움을 요청해 인연을 맺었다.
이 병원은 외래는 물론, 입원환자까지 보살피는 국내 유일의 행려병자 무료 진료시설. 20여명의 성가소비녀회 소속 수녀들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의사 36명이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버림받은 이들을 돌보고 있다. 의료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보니 요일별로 진료과목이 제한돼 있으나 행려환자들이 가장 많이 고통을 호소하는 내과, 외과는 매일 문을 연다.
95년부터 병원 뒤뜰에 마련한 「쉼터」에서 소일하는 50여명의 노숙자들도 가족이 됐다.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고 후원자들에게만 의존해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살림살이는 늘 어렵다. IMF관리체제 이후에는 환자가 두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홍원장과 수녀들의 손길은 더 바빠졌지만 후원자는 오히려 4분의 1정도 줄었다. 실직이나 감봉으로 후원을 중단하겠다는 전화나 편지를 올들어 1,000여통이나 받았다.
이날 성탄잔치에서 홍원장은 『성탄절이 아름다운 것은 물질적인 향유보다는 정신적인 나눔이 있기 때문』이라며 『요즘같이 어려울 때일수록 강사장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만 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강사장은 『고생하시는 수녀님들을 흡족하게 도와드리지 못해 늘 죄지은 기분이다』며 황망히 손을 내저었다.<손석민 기자>손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