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회복세… 거래대금·예탁금 사상 최고수준/등락폭 너무 크고 실물 뒷받침 안돼 낙관은 일러증시의 맥박이 다시 뛰고 있다. 천금같은 명예퇴직금을 들고, 혹은 얇아질대로 얇아진 월급봉투를 또 쪼개 마련한 돈을 들고 온 개미군단들로 증권사 객장이 넘쳐나고 전산용량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거래량이 폭주하고 있다.
주가는 실물경제보다 1∼2분기를 선행하는 것이 보통.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가위눌려 있던 국민들에게 주식시장의 활기는 단순히 지수의 상승이 아니라 다가올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협상이 막바지이던 1년전 12월22일, 종합주가지수는 396.06, 하루 거래대금은 4,861억원에 불과했고 고객예탁금도 3조4,584억원에 머물렀다.
IMF체제에 따른 구조조정의 고통이 가중되던 6월 「설마」하는 기대를 무너뜨리며 주가가 280까지 밀려났을 땐 증시에 한가닥 기대라도 걸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금융기관퇴출, 대기업 구조조정 등 홍역을 치른 끝에 증시에는 빛이 돌아왔다. 한때 600까지 바라봤던 종합주가지수는 말할 것없고 하루 거래대금은 매일 2조원을 훌쩍 넘고있으며 예탁금도 5조원으로 사상 최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기업은 자금조달의 숨통이 조금씩 트이고 있으며 정부는 보유주식의 가격상승으로 막대한 구조조정비용을 마련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전반의 거품제거작업과 더불어 증시에도 매서운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올들어서만 30개 종목이 상장폐지돼 증시에서 사라졌고 60개종목이 부도등의 사유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끈질긴 생명력을 갖춘 경쟁력있는 기업들로 증시의 상장기업 명단이 다시 짜여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여건도 1년전에 비해 몰라보게 바뀌었다. 5월25일 외국인투자한도가 완전히 철폐됨으로써 국내 증시는 마지막 보호의 장막을 벗었다. 증시의 주도권과 국부가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 외국인은 올들어 6조원에 가까운 주식순매수를 기록, 증시를 지탱하는 큰 기둥으로 성장했다.
세계2위 규모로 성장한 선물시장을 비롯, 파생상품시장의 발달로 투자자들은 보다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얼마전에는 뮤추얼펀드제도까지 도입돼 자본시장이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멀다. 주식시장은 하루 등락폭이 최대 60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불안한 모습이다. 실물보다 너무 앞서 증시가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런 우려를 딛고 증시가 장기적인 안정성장을 할 수 있을지… 대답은 실물경제의 몫이다. 증시는 실물경제의 거울이기 때문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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