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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로… 설치로… 비디오로…/다채롭게 풀어놓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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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로… 설치로… 비디오로…/다채롭게 풀어놓는 ‘시간’

입력
1998.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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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갤러리 ‘한국현대미술전’아이가 물었다. 『내일이 언제예요』 하룻밤 자고 나면 내일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아이는 물었다. 『그러면 오늘이 내일이에요』 『오늘은 오늘이지 내일이 아니야. 하룻밤 자고 나면 내일이지』 다음날 아이는 또 물었다….

「시간」은 파고들자면 한없이 철학적인 주제이다. 회화가, 설치작가들이 보는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삼성문화재단이 「호암미술관」이라는 이름이 현대적 미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현대미술부문을 독립, 삼성미술관을 출범시켰다. 「한국현대미술전­시간」전은 삼성미술관의 첫 기획전이다.

구본창 박홍천, 백남준 김수자(비디오), 김순기(드로잉) 김영진 한명숙 최재은(설치), 이우환 송현숙(회화)등 작가 10명은 다양한 시간의 개념을 제시한다. 알 내부에서 웅크리고 있는 나신의 여성을 비디오작품으로 표현한 백남준의 「알」은 생명의 잉태시간을, 끝없이 이어지는 실타래를 엮어놓은 한명옥의 「Chapelle」는 순환하는 시간의 고리를 은유한다. 빨리 마르는 템페라(달걀을 유화제로 쓰는 중세 유화재료)로 신속히 그려낸 송현숙의 「8획」 「21획」등의 회화작품과 이우환의 「점」시리즈는 동양적 시간의 한계 속에서 회화의 모색을 상징하고 있다. 보따리를 실은 짐차를 타고 2,727㎞를 여행하고 비디오로 기록한 김수자의 「Cities On The Move」, 김수기의 달력 설치작업도 이채롭다.

전시는 그간 호암이 선보인 값비싼 외국전 못지 않게 고급스럽다. 넓은 공간, 깔끔한 작품이 주종이다. 삼성답다. 그러나 국내외 전시를 통해 소개된 「검증」받은 작품들이 많다. 그간 「최고급」미술관의 이미지를 다져온 만큼 탈권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과 작가를 선정하는 데는 위험을 느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전시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 현대미술의 본질인 새로운 시각을 갖추기위해 이 미술관에도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24일까지 호암갤러리(02­750­7951).<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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