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뺨도 내밀라”/만델라 충고 듣고 맞대응·증오 억제『10∼20년이 지나면 역사가들은 확실하게 나의 편에 설 것이다』
미 하원 본회의의 탄핵안 표결이 있은 다음날인 20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있은 모임에서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밝혔다. 22일자 LA 타임스는 클린턴이 자신의 오랜 친구들과 지지자들만을 초청한 사적인 만찬 행사에서 『탄핵을 당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는 농담과 함께 『나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이날 친구들 앞에서 그동안 르윈스키 스캔들을 헤쳐나가는데 세 사람의 충고가 깊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말했다. 첫째는 『한 뺨을 맞았을 때 다른 한 쪽을 내밀어라』고 말한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클린턴은 만델라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신을 투옥시킨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었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만델라는 『그들에 대한 증오심을 다스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대답했다는 것.
또 한 사람은 20년 전부터 클린턴이 알고 지내는 LA의 목사 앤토니 맹군. 그는 1월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당신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어둠의 충동」에 의해 움직이고 있으니 맞상대해 세상을 회색빛으로 만들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클린턴은 말했다. 클린턴은 『이들의 충고가 정말 옳다고 느껴져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에 대해 미움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정면으로 맞대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밖에 89년 공금유용 의혹을 받고 물러난 전하원의원장 짐 라이트와의 만남도 소개했다. 클린턴은 라이트가 『내가 사임하는 것으로서 정치적 논란이 끝날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지못했다』고 말했다면서 물러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이밖에 에이브라험 링컨 전 대통령의 일화를 들었다. 남북 전쟁에서 북군의 승리를 이끈 율리시즈 그랜트 장군에 대해 반대파에서 『술주정뱅이』라고 비난하자 링컨 대통령은 『그렇다면 다른 장군들에게도 술을 좀 더 많이 마시게 해야겠다』고 응수했다는 것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