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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하면 안되는 것/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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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하면 안되는 것/박은주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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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조계사와 인접해 23일 벌어진 경찰 진압사태를 지켜볼 수 있었다. 4년만에 조계사에는 또 화염이 타올랐다. 일부 스님들은 그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무력점거를 시도했다. 목적을 위해 불자로서의 품위는 저버렸다. 도리와 목적을 「빅딜」한 것이다.슈퍼마켓 주인 발목 절단사건은 자작극임이 드러나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 그는 20억원의 보험금을 꿈꾸며 발목을 절단했다. 20억원이 생긴다는 생각과 자신의 발목을 빅딜했다. 아무리 「철없는」 그였다지만 평생 걷지 못하는 아픔은 빅딜의 후유증으로는 너무 크다.

얼마전 취재 중 대학생과 통화를 했다. 총학생회간부였는데 기자가 쓴 기사에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말끝에 대학총학생회가 호텔콘서트의 주최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호텔이 어때서요. 장소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거죠』. 외국브랜드 청바지는 눈이 따가워 입을 수 없었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로서는 시대의 변화를 절감할 수 밖에 없는 답변이었다. 대학생이 컴퓨터통신을 이용해 폰팅을 알선하고, 피라미드조직에서 돈을 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어려서부터 여유있게 자랐다. 대학에 들어오니 돈 쓸 데가 더 많다. 부모님께 받든가, 벌든가 둘중 한 가지 뿐』이라는 한 대학생의 고백은 「세상이 변했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제 한 몸 살기도 빠듯한 이 시대, 누군가에게 대의명분을 강요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생이 해야 할 책무는 아무도 요구하지도 않고, 누구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80년대 대학생들이 부르짖었던 시대의 양심은 새로운 삶의 조건과 빅딜되고 말았다.

빅딜시대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눈 딱 감고…」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은 버릴 것 버려 실리를 찾자는 것. 그러나 세상에는 버리지 말아야 할 것도 많다. 수도하는 사람은 신심을, 대학생은 혜택받은 자로서의 시대적 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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