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개혁회의측 “투쟁 계속” 주장지난달 11일 정화개혁회의측의 총무원건물 점거로 본격화한 조계종 분규가 43일만에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분규도 종단이 대화로 수습하지 못해 결국 공권력의 개입을 초래함으로써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분규의 표면적 이유는 월주(月珠) 전 총무원장의 제29대 총무원장 선거 「3선출마」. 그러나 ▲종정중심제냐, 총무원장 중심제냐는 문제를 놓고 벌어져온 뿌리깊은 체제논쟁 ▲대구 선본사(일명 갓바위)와 서울 봉은사등 이른바 「노른자위」사찰 운영권 ▲동국대재단의 운영권 다툼 ▲조계종 선거제도에 대한 논란 등이 겹쳐 유혈사태까지 빚어졌다. 종단내부의 오랜 갈등요인이 이번 총무원장선거를 계기로 일시에 폭발한 것이다.
조계종 분규사태는 총무원장 선거의 세 차례 무산, 월주전원장의 후보사퇴(11.19)·임기만료(11.20) 등을 거치면서 종단행정 마비상태로 치달았다. 종정권한 확대를 골자로 한 종정교시 봉행을 내세운 정화개혁회의와 종헌·종법 수호를 내세운 중앙종회측은 10월24일 이후 네 차례 무력충돌했으며, 종단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도 양분됐다. 정화개혁회의가 혜암(慧菴) 원로회의 의장을 제명하자 중앙종회측은 승려대회를 통해 월하(月下) 종정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했다.
23일 법원의 강제집행에 따라 청사에 복귀한 총무원(원장 권한대행 도법·道法)은 29일로 예정된 제29대 총무원장선거를 통해 새 체제를 출범시킨 뒤 최단 시일내에 사태를 수습한다는 계획이다. 도법 총무원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청사 4층 총무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월하종정 불신임과 정화개혁회의 소속 승려 처벌문제는 상황에 따라, 종법 테두리내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22일 등록을 마감한 차기 총무원장에는 고산 쌍계사주지, 지선(知詵) 백양사주지가 후보로 등록했다.
그러나 사태 수습과정에서 정화개혁회의 핵심인물들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며, 분규과정에서 형성된 세력집단의 재편성, 일부 사찰에 대한 주지임명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있어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총무원 건물에서 내몰린 정화개혁회의는 월하 종정을 중심으로 세력을 유지하면서 법원 및 경찰에 대한 규탄활동 등을 벌이며 재기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거점으로는 경남 양산 통도사와 경북 영천 은해사, 대구 동화사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화개혁회의 한 스님은 23일 『종정 교시를 봉행하기 위해 조계사 인근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해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월하종정도 「정화개혁회의가 그냥 손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방주요 사찰에 대한 「게릴라」식 접수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과 총무원건물 장악실패에 따라 정화개혁회의의 세(勢)유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서사봉 기자>서사봉>
◎총무원장 어떤 자리/내각제 총리와 비슷,인사·재정권 막강
「총무원장 자리가 도대체 뭐기에…」 한국불교 장자 종단인 조계종의 분규때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어왔다. 62년 통합종단 출범후 거의 연례행사처럼 빚어진 조계종 분규는 예외 없이 총무원장직을 둘러싼 종권 다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23일 공권력 개입의 불행을 초래한 정화개혁회의측 대(對) 중앙종회·도법 총무원장권한대행측의 이번 분규 역시 원인은 월주(月珠) 전 총무원장의 3선반대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종권다툼 양상으로 변질됐다.
흔히 조계종 총무원장의 권한은 내각제의 총리에 비견된다. 총무원장은 조계종 소속 2,000여개 공찰(公刹·전통사찰 860여개 포함)과 1만2,000여 스님을 이끄는 얼굴이다. 현재 총무원장 권한은 94년 개혁종단 출범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막강하다. 종헌·종법에 규정된 총무원장 권한은 종단대표권과 인사권, 그리고 사찰재산처분권으로 대별된다. 물론 24개 교구본사 주지는 본사별로 선거로 선출되며 2,000여 공찰의 주지는 소속 교구본사에서 추천하도록 인사권이 축소됐지만 총무원장의 의중을 거스르기는 쉽지 않다.
인사권이 축소된 대신 재정적 권한은 오히려 커졌다. 수입면에서 전국적으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대구 선본사 「갓바위」와 강화 보문사가 월주 총무원장체제이후 총무원 직영사찰로 바뀌었다. 이 두 사찰의 연간수입은 100억원대 이상으로 불교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는데 직영사찰로 편입된 배경에는 삼보정재(三寶淨財)의 사회환원이라는 명분이 자리하고 있다.<이기창 기자>이기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