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에 따라 여러가지 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예수 탄생일인 12월25일을 최초로 축하한 것은 AD330년 무렵 로마라고 한다. 크리스마스는 1세기쯤 지나며 유럽 전역에서 이날로 정착됐는데, 아르미니아교회만은 아직도 1월6일을 크리스마스로 축하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의 기도」라는 뜻의 고대영어에서 기원한데 비해, 같은 날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노엘」은 라틴어 「탄생」이 어원이다.■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갖다 준다는 산타클로스의 원조는 4세기 소아시아의 러시아에 살던 대승정 성(聖) 니콜라스다. 어린이의 수호성인으로 불리는 성 니콜라스는 악한들의 수호성인·옹호자로도 알려지고 있다. 특히 도둑이나 강도들의 신봉이 두터웠고 해적들은 깃발에 그의 얼굴을 그리고 다녔다고 한다. 산타클로스가 몰래 굴뚝을 타고 들어와 선물을 주는 것과 도둑질이 외형상 비슷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청교도혁명에 따라 한때 크리스마스 휴일이 금지되었다. 그 영향으로 미국동부에는 19세기 중엽까지 성탄절이 휴일이 아닌 곳도 있었다. 지금도 크리스마스를 경건하게 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많기는 하지만, 자본주의의 발전과 백화점 등의 상술에 의해 각국의 성탄절은 들뜨고 소란스러워져 간다. 그런데 우리의 금년 크리스마스는 매우 차분하다. 거리에서 캐럴도 별로 들려오지 않고, 차분하다 못해 고요하다.
■천주교와 기독교 지도자들은 실직자와 그 가족, 노숙자, 북한동포 등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하느님의 정의, 특히 경제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내용의 예년과는 사뭇 다른 성탄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는 달력 얻는 일도 전처럼 수월하지 않은데,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IMF 경제난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도 이제는 「선물 사 달라」고 전처럼 심하게 보채지 않아 좋기는 한데, 한편으론 그 점도 서운하다. 예전의 소란스럽던 성탄절이 그립다. 너무 고요한 크리스마스는 제발 올해로 끝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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