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사태는 경찰이 23일 정화개혁회의가 점거하고 있던 총무원건물에 진입, 승려들을 전원 연행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분규 양측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가리기 전에 종단분규가 폭력사태로 번지고, 마침내 공권력이 동원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은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 전체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어쩌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분규가 수많은 사람이 부상하는 등 폭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집단」의 싸움처럼 됐는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의 총무원건물 진입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폭력으로 총무원을 점령한 정화개혁회의의 정당성은 법원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법원집행관의 퇴거명령 집행을 여러차례 물리적으로 막았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대구 동화사를 힘으로 접수한데 이어 고창 선운사와 김제 금산사까지 노리고 있다. 폭력사태가 지방의 주요 사찰로 번지는 심각한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원칙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폭력사태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 무기를 들고 공권력에 대항하고 폭력사태를 지방까지 확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한 행위다. 이런 폭력행위는 지난 11일의 법원판결처럼 속세의 법으로 다스릴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분규와 폭력이 체질화하다시피한 조계종의 앞날을 위해서도 이번 분규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폭력행위에 대해 관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공권력투입으로 총무원건물에서 정화회의측이 제거됐다고 해도 분규가 단시일내에 해결될 것 같지 않다. 폐허처럼 변한 총무원건물이 이를 말해주듯 양측의 감정이 너무 격화돼 있다. 종정이 종단의 「큰어른」으로서 해결에 앞장서야 하지만, 현종정은 초창기부터 분규에 개입해 권위를 상실한지 오래다. 이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총무원장 후보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원로 스님을 중심으로 종단에 속한 승려 모두가 출가할 때의 마음 그대로 「잿밥」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와 신도단체의 단호한 의지가 어우러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조계종의 분규는 종교단체의 내부문제라고 해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더이상의 관용이 필요 없음이 지금까지의 사태가 말해주고 있다. 정부나, 특히 불교신도단체는 유독 종교단체중 조계종단만이 분규로 낮과 밤을 지새우는 현실을 직시, 승려와 「잿밥」 분리 등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IMF체제로 어려운 세밑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은 조계종사태가 지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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