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분만에 “상황끝”… 경관 5명 사다리 기울어 추락부상/화염병·돌멩이 난무… 건물안엔 소주병·화투23일 아침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 진입작전은 단 20여분만에 끝났다.
상황이 끝난 총무원건물과 조계사주변은 도저히 도량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수백개의 깨진 유리병과 각목, 부서진 의자 등 집기들이 마당을 꽉 메우고 있었고 총무원 건물은 안팎이 온통 검게 그을린채 곳곳에서 연기를 뿜어냈다.
건물내부 각 층에는 부탄 가스통과 휘발유가 가득든 플라스틱통 등이 나뒹굴었고 승려들이 할복과 분신소동을 벌인 3층 난간 등에는 수백개의 음료수병, 마대자루속의 기왓장, 쇠파이프, 침목, 에탄올로 만든 화염병 등이 발견됐다. 사무처가 있었던 3층에는 「상황실 조편성」 유인물과 밧줄이 널려 있었고 역대 종정들의 신년사 메시지 액자들도 쓰레기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다. 숙소로 사용된 방들에는 소주병, 카드, 화투, 담배꽁초까지 발견돼 진입한 경찰의 눈을 의심케 했다.
경찰이 6,000여명을 동원, 조계사 주변을 에워싼 것은 이날 새벽 4시께. 만약의 사태를 위해 여의도 한강둔치에는 헬기 5대가 대기했다. 경찰이 접근하자 곧바로 경내에서는 『가까이 오지마라. 분신조, 자살조, 투신조가 순교를 기다리고 있다』는 정화개혁회의측의 경고방송이 울려나왔다.
오전 5시43분께 서울지법 집행관 100여명이 도착한 뒤 경찰이 대웅전 앞을 가로막은 바리케이드용 관광버스를 끌어내자 정화개혁회의측 한 승려가 총무원청사 3층 난간에 나와 온몸에 석유를 뿌리며 분신위협을 했다. 불상사를 우려한 경찰은 수시로 회의를 열어 청사진입시점을 논의한 끝에 마침내 9시25분 대형 굴삭기를 동원, 총무원1층 유리창을 부수면서 진입을 시도했다.
순간 1층과 2층이 검은 화염에 휩싸이면서 청사안에서 화염병과 음료수 병, 생수통, 소화기, LP가스통 등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9시55분 김영화(金榮和) 종로경찰서장이 마침내 무전기를 들었다. 『특공대 투입』
고가사다리차 3대가 총무원건물 서쪽과 북쪽으로 접근, 경찰특공대원 80여명과 특수기동대원 360여명이 이를 타고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경찰 사다리차가 제대로 고정되지않고 비스듬히 걸친채 특공대원 5명이 이를 타고 4층 난간쪽으로 진입하려다 무게를 이기지못한 사다리 지지대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인해 특공대원들이 10m아래로 추락, 이중 전병주(田秉主·26) 순경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특공대원들이 폭음탄을 터뜨리며 5층, 4층, 3층, 2층을 차례로 장악해 나가는 동안 일부 승려들이 각목을 휘두르고 칼로 자해위협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몸부림쳤지만 곧 저항을 포기했다. 정확히 10시17분 모든 상황이 종료됐다.
이날 공권력 투입과정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본 각계 인사들은 『불교계전체가 자중하고 이제부터라도 신뢰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 하승창(河勝彰) 정책실장은 『시국이 어려울 때마다 대화를 강조해온 불교계가 폭력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안타까워 했다. 불교신도인 주부 윤영숙(尹英淑·45·서대문구 홍제동)씨는 『종단문제로 또다시 공권력이 투입돼 창피스럽다』며 스님들의 반성을 촉구했다.<박천호·유병률·손석민 기자>박천호·유병률·손석민>
◎폭력승려 전원 사법처리
검찰은 23일 조계사 총무원 경찰 진압작전시 극렬하게 대항한 승려 등은 전원 사법처리키로 했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이날 『조계사 공권력 투입과정에서 극렬하게 저항한 승려 가운데 승려라고 믿기 어려운 과격행위자들이 많았다』며 『종교계에 스며든 폭력집단은 엄정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따라 총무원 건물을 점거중 연행된 승려 58명과 신도 19명 등 모두 77명의 전과여부 등을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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