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앞둔 행사 졸속불가피/조직위 보신·지역주의 탈피를광주비엔날레 조직위(위원장 고재유 광주시장)가 21일 긴급이사회를 소집, 최민 전시총감독을 전격해임했다. 잇단 잡음과 파행의 수습안의 일환이라는 게 그 설명이다. 최씨는 『해임의 명확한 사유를 규명하고, 전시기획위원들과 상의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집행과 기획으로 이원화해 방만하게 운영돼온 비엔날레조직의 효율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던 전시 총감독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2000년 봄에 열릴 제3회 비엔날레의 준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전시가 15개월 남짓한 시점에 주제조차 설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4월에 취임한 최씨는 7월 이래 『전시총감독에 인사권과 예산 집행권을 주지 않아 수족을 묶고 일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꾸준히 권한을 요구해왔다.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최씨가 「사퇴 불사」를 자주 입에 올렸다. 최씨 역시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 부족했다는 비난도 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근본문제는 임명 8개월만에 총감독을 해임한 광주비엔날레의 구조적 모순. 비엔날레이사회는 광주시 관계자, 광주지역 미술인(사진, 서예 포함), 상공인등으로 조직돼 있고, 비엔날레 운영은 광주시립미술관과 재단 사무국 직원등이 맡고 있다. 때문에 시립미술관 직원을 줄이고, 비엔날레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최씨의 주장은 「왕따」를 자초할 수 밖에 없었다. 「비엔날레는 광주에서 돈을 모아 출발한 광주의 재산이며,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전시총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일부 지역정서를 감안할 때 최씨의 요구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비엔날레 조직위는 실행할 의지도, 계획도 없이 전시총감독제를 도입한뒤 뒷수습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비엔날레는 광주의 것」이라는 지역주의정서와 조직의 보신주의가 사라지지 않는한 국제 미술행사로 정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박은주·송두영(광주)기자>박은주·송두영(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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