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자민련의 내각제 전선에는 두 갈래 기류가 흘렀다. 우선 「내각제 합의는 IMF를 생각 못했을 때의 일」 등의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 총장의 발언에 대해 발끈하는 당직자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말까지는 발언을 자제하자』는 「호흡조절론」도 여전한 흐름을 형성했다.자민련은 이날 전국 지구당위원장회의에서 『내각제 실현은 정치적 흥정이 될 수 없는 대국민약속이므로 99년에 내각제 개헌을 실현할 것』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서 구천서(具天書) 총무는 정총장 발언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발언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태준(朴泰俊) 총재는 『우발적 발언이 안 나오도록 서로 조심해야 한다』고 양당의 자제를 주문했다. 김종필(金鍾泌) 총리는 이날 총리 공관으로 지구당위원장들을 초청, 다과회를 갖는 자리에서 『권력자들은 순리를 어기고 과욕을 부리면 불행해진다』며 『내년말에는 희망하는 목표와 보람이 이뤄지도록 하자』며 우회적으로 내각제 개헌 의지를 강조했다.
이완구(李完九) 대변인은 『정총장의 말은 적절치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도 『연말까지는 말을 아낄 생각』이라고 말했다. 「내각제 전도사」로 불리는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도 내각제 언급을 삼갔다. 이처럼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우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총리의 내각제 발언이후 공동여당간에 공방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총리가 의지를 표명했으므로 우리는 신년초부터 공론화에 나서는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 사정(司正) 확대설이 거론되면서 일부 자민련 의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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