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1종합복지관 「희망의 집」에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노숙생활을 하다 추위를 피해 이곳 쉼터로 옮겨온 입소자들이 연말을 맞아 자신들을 따뜻이 맞아준 지역주민들을 위해 「보은의 밤」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 곳 입소자 20여명은 인근 아파트 주민대표와 무료봉사를 해준 병원관계자 등 50여명을 초청, 직접 준비한 식사를 대접하고 작은 선물까지 전달했다. 이들이 보은행사를 기획한 것은 1일. 9월부터 이곳에서 생활하던 입소자들은 『옷과 음식을 가져다주며 애정을 보여준 동네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자』는 뜻을 모아 공공근로를 통해 번 돈 2만원씩을 적립했다. 입소자 가운데 전직 주방장 출신이 5명이나 돼 70명분의 뷔페를 손수 준비했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소박한 다기(茶器)선물도 마련했다.
입소자대표인 박모(61)씨는 인사말을 통해 『3개월전만 해도 서울역 등지를 떠돌아 다니는 동안 아무런 관심조차 받지 못하던 우리들이 쉼터생활을 통해 사회의 은혜를 느끼게 됐다』면서 『다른 지역과 달리 노숙자들을 따뜻이 맞아준 지역주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복지관 상담사인 정영(丁榮·38)씨는 『솔직히 많은 주민들이 입소전부터 반대의사를 전해왔고 초기에도 절도 등의 의심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입소자들이 모범적인 생활을 해서 주민들과의 거리감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소개했다.
지역주민 김창성(金昌成·73)씨도 『희망의 집 입소자들이 자율적으로 공원 쓰레기를 청소하고 청소년들을 선도하는 등 지역사회의 일원이 됐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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