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박노해 사면 최대화제/이문열 ‘변경’ 10여년만에 완간/마지막 청록파 박두진 시인 타계올해초 간행된 김주영씨의 장편소설 「홍어」는 98년 한국문학의 모습을 돌이켜볼 수 있게 하는 상징적 작품이다. 문단은 IMF한파를 어느 분야보다 즉각적으로, 혹독하게 맞으며 한 해를 시작했다. 기세를 떨치던 이른바 신세대문학이 움츠러들었을 때 김씨의 「홍어」는 정통적 소설문법으로 우리 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서사와 서정의 모범을 보였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문학은 꽃필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갖는 또 다른 의미이다. 금강산 관광길이 열려 많은 문인들이 방북경험을 한 것은 우리 문학의 새로운 자산이다.
▲문인복지실태
작가회의(이사장 신경림)는 9월에 「문인복지 및 창작활성 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문인들의 73.2%는 연간 원고료수입 200만원 이하, 월 평균 순수 고료수입은 16만9,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문단 안팎에 새삼 충격을 주었고 정부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가칭 「문학원고은행」을 만들어 연간 10억원씩 지원키로 했다.
▲황석영 박노해 사면
올해 최대의 화제는 아무래도 소설가 황석영, 노동자시인 박노해씨등의 사면이었다. 밀입북등 혐의로 수감됐던 황씨가 4년11개월여만에 3월13일 가석방됐고, 사노맹사건의 박씨도 광복절 특사로 출옥했다. 정력적 활동을 펼치는 박씨, 새로운 장편소설을 집필중인 황씨는 문단 안팎에 활력을 주고 있다.
▲대하장편과 전집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임철우씨의 「봄날」에 이어 6·25를 다룬 김원일씨의 「불의 제전」, 60년대 이후 한국현대사를 다룬 이문열씨의 「변경」이 각각 완간됐다. 모두 10여년의 각고 끝에 완성된 이들 장편은 문학사에 남을 수확으로 평가된다. 전집출간도 늘어 소설가 이청준씨가 28권 분량의 방대한 전집 출간을 시작했고 소설가 김원일, 시인 황동규씨도 회갑을 맞아 잇달아 전집을 냈다.
▲박두진 최명희 타계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마지막 청록파시인 박두진의 타계는 우리 현대시사의 한 장을 접은 것이었다. 12월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 17년간 「혼불」의 집필에 전념했던 소설가 최명희씨가 별세한 것도 큰 손실이었다.
▲사라진 논쟁
문학평론가 홍정선씨가 몇몇 젊은 평론가들의 글쓰기를 질타한 평론이 근간 사라졌던 문학논쟁을 활성화시키는가 했으나 본격 논쟁으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이밖에 유미리의 「타일」의 작품성 논란, 몇몇 소장작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유야무야됐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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