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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실험 ‘검증’엔 무심했다/경희대병원팀 실험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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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 실험 ‘검증’엔 무심했다/경희대병원팀 실험의 문제점

입력
1998.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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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제공자와 배아의 유전자 일치 여부 확인 안한채 폐기/학술지아닌 언론에 발표/사안 중대성 비해 가볍게 처리14일 발표된 경희대병원의 인간복제실험은 국제적 파문을 일으켰다. 국내외 학계는 증거가 없다는등 문제를 제기했고, 일반인들도 과연 인간복제가 그렇게 쉬운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파장의 심각성에 비해 발표과정은 다소 개운치 않은 점을 남겼다.

먼저 이번 실험은 병원에서 재료의 접근이 쉽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보연 교수가 실험에 이용한 세포들은 불임치료를 받으러 온 30대 여성의 것. 흔히 불임치료를 하려면 한 번에 50개씩 난자를 채취하므로 치료에 쓰고 남은 난자가 있게 마련이다. 이교수는 환자의 동의를 받아 실험에 이용했다.

이교수는 난자세포의 핵을 제거한 후 난구세포의 핵을 미세조작기로 채취, 주입했다. 이 핵융합이 바로 복제의 핵심기술인데, 불임치료에 익숙한 이교수는 직접주입술에 쓰이는 미세조작기를 이용, 핵융합에 성공했다. 난구세포는 난자의 맨 겉을 싸고 있는 체세포로서 난자 제공자와 동일인의 것이다. 유전자정보는 핵에 들어 있어 체세포 공여자와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인물이 복제되는 것이다. 최초로 체세포복제에 성공한 로슬린연구소는 핵융합때 짧은 순간 고압의 전기를 가하는(1.5킬로볼트 2마이크로초) 방법을 쓴 반면 핵을 난자에 주입하는 방법은 하와이대 야나기마치교수와 같은 방법이다.

로슬린연구소의 한 연구자는 『4세포기에서 실험을 중단했기 때문에 복제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각종 장기를 만들기 시작하는 세포분화가 8세포기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교수는 불임치료시 2∼4세포기에서 자궁이식이 이루어지므로 여기서 실험을 중단했다. 자궁에 착상해 임신에 성공할 확률은 25∼30%. 8세포기로 진전시키는 것에는 별도 조작이 필요치 않으므로 결정적인 문제제기는 아니다.

문제는 경희대병원팀이 실험결과의 검증에 놀라울 정도로 무심했다는 점. 이교수팀은 『복제인간을 수태시켜 증명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지만 핵의 제공자와 배아의 유전자감식을 거치면 유전자가 일치하는지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복제된 배아는 염색, 촬영한 뒤 폐기처분됐다.

외국연구자들은 또 『학술지가 아닌 언론에 결과를 발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슬린연구소는 지난 해 2월 복제양 돌리 탄생 후 쓰여진 체세포가 정지기세포냐 아니냐는 등의 논란에 휘말렸으나 각국의 복제실험에 특허료를 요구하는등 「복제기술의 상업적 이용」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경희대병원은 인간복제가 생각보다 훨씬 쉽다는 점만 증명했을 뿐이어서 국제학계는 이 실험을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겨버릴 개연성도 있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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