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판타지드라마 몽환적 분위기 물씬/유호정 등 연기도 훌륭비현실적 소재와 몽환적 전개를 특징으로 하는 판타지문화. 멀리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부터 가까이는 영화 「사랑과 영혼」에 이르기까지 판타지는 인간의 소중한 덕목으로서 선(善)을 부각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으로 애용돼왔다. 리얼리즘문화가 소진해지거나 주류(主流)에서 약간이라도 휘청거릴 때면 어김없이 고개를 드는 것이 이 판타지문화이기도 하다.
KBS 2TV가 14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오후 9시50분 방송하고 있는 16부작 미니시리즈 「천사의 키스」(극본 손영목, 연출 전산)는 오랜만에 보는 판타지드라마이다. 이제 고작 3부가 방송됐지만 드라마의 중심기둥인 선과 악의 대결을 인간의 몸을 빌린 천사(유호정)와 악마(조민기)의 싸움으로 명쾌히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적절한 캐스팅과 분위기 묘사로 이러한 판타지적 요소를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드라마 「프로포즈」에서 지고지순한 환자역을 훌륭히 소화했던 유호정이 천사의 모습을 그럴 듯 하게 구현했다. 그녀가 손을 대면 시든 꽃도 활짝 피어나고, 누군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들 때면 큰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악마 역의 조민기 역시 짙은 눈화장에 힘입어 섬뜩한 악마의 형상화에 성공했다. 폭우가 내리자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는 등 드라마 전체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주인공 장태주(차승원)가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팔아 애인(박상아)이 죽기전인 2년전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고전「파우스트」를 연상시킨다.
50분짜리 드라마에 식사장면이 10번이 넘고, 장르를 불문하고 청춘남녀의 얼키고설킨 삼각관계가 난무하고 있는 요즘 TV. 한없이 빈곤하고 가볍다. 그래서인지 자칫 황당한 내용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고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근거하지만 「천사의 키스」는 신선하고 반갑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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