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사법부의 권위까지 훼손하면 되겠습니까』시민 1,100여명이 국회 파행을 문제삼아 제기한 소송에서 당사자인 국회가 법원의 사실조회에 응하지 않아 재판이 상당기간 늘어질 전망이다.
국회 공전(空轉)으로 민생법안의 처리가 지연돼 피해를 입었다며 시민들이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7월. 법원은 10월29일 첫 공판을 열었고 지난 달 14일에는 국회사무처에 쟁점부분에 대한 사실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2차 공판을 이틀 앞둔 21일 현재까지 국회는 묵묵부답이다.
법원이 요청한 서류는 2월25일∼10월12일의 국회 공전 사유 및 경위, 처리하지 못한 민생법안 목록과 사유 등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되는 부분들이다.
국회측은 『답변서는 이미 완성됐지만 국회의장의 결재를 받지 못해 제출이 늦어지고 있다』며 『법원의 사실조회가 강제성을 띠고 있지 않기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시민들의 위임을 받아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경실련은 『국회가 한 달 전에 요청한 사실조회에 대해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국민은 물론 사법부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회의 답변여부에 관계없이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민사소송절차상 재판부의 사실조회에 대해 피고측이 공판 일주일전까지 답변을 하지 않을 경우 심리가 불가능해져 공판이 연기될 것이 뻔하다.
개인도 아닌 공공기관이 재판절차에 필요한 법원의 사실조회에 응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법처리를 막기위해서라면 「방탄국회」를 여는 것도 마다않던 국회가 법치국가의 재판활동을 모른 체 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상습적인 공전으로 재판정에 선 국회가 재판마저 공전시키고 있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국회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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