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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표절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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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 표절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입력
1998.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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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가 창작기법으로 인정되면서 표절시비도 끊이지 않아/독창성 확보노력 절실최근 우리 대중문화의 키워드로 등장한 패러디는 고도의 창작행위 인가 아니면 예술의 본질을 포기한 절도행위인가. 이같은 상반된 두가지 인식과 비평 척도는 예술 수용자를 혼돈과 논란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패러디사용이 잦아지면서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식의 패러디를 가장한 표절 작품까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에선 원전을 새롭게 변주한 패러디는 문화 풍토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그속에 내재된 풍자로 인해 맛 볼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다른 창작 기법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패러디와 단순한 모사를 구분해야 하며 패러디 작품에 창의성이 있다면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

청주대 연극영화과 김수남교수는 영화관련 한 세미나에서 『패러디 영화를 한국 상업영화의 한 장르로 인정하자』고 주장하며 그 전형으로 흥행에 성공한 「은행나무 침대」를 꼽았다. 김교수는 이 영화에서 사랑을 위한 환생은 홍콩영화「진용」, 영혼과의 사랑은 미국영화「사랑과 영혼」, 끈질긴 추적장면은 「터미네이터」의 변용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영화가 한국 문화의 코드를 강조한 영상을 내세운 떳떳한 패러디 영화라고 평했다.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패러디가 최근들어 문학 연극 영화 광고 디자인등 문화분야에 폭넓게 사용되면서 순수 문화가 몰락하고 불건전한 정서가 조장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원작을 모델로 하는 패러디 작업은 결국 어려운 창작의 노력이 깃든 독창성 있는 문화를 양산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패러디는 곧잘 노력과 상상력 없는 작가에 의해 원전의 내용과 형식 모티브를 그냥 베끼는 문화절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홍콩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타락천사」는 일부 우리 감독들에 의해 패러디로 활용되는 작품이다. 비평가들은 왕감독 작품의 패러디로 알려진 「홀리데이 인 서울」「비트」에선 독창적인 영상언어는 찾을 수 없고 모방만이 가득할 뿐이라고 평한다.

또한 패러디는 날카로운 풍자는 사라진 채 일방적으로 남을 비난하기위한 사적 담론을 전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패러디를 가장한 표절이다. 이로 인해 저작권 침해에 따른 갖가지 문제가 야기된다. 가요 등에 대한 표절기준은 있지만 대부분의 문화영역에는 표절과 패러디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준거가 없다. 또한 이문제를 법적으로 판단하기도 힘들다. 다만 문화 생산자와 수용자의 판단에 따른 반응만이 존재할 뿐이어서 패러디를 가장한 표절은 우리문화 영역에서 광범위하게 횡행한다. 그룹 룰라의 노래「천상유애」, 이정국 감독의 영화「편지」, 삼양사의 나체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광고등 대중문화 각분야에 걸쳐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여러나라에서 광고활동을 했지만 한국처럼 표절이 많은 나라는 없다』는 데이비드 킬번(애드 에이지 기자)의 말은 우리의 표절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표절의 원천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는 일본문화가 개방되면서 이제 표절 작품에 대한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 TBS 방송이 SBS측에게 「특명! 아빠의 도전」이 자사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며 공식항의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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