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연구 범위 명시/과학자·시민단체 등 나서/무분별 기술개발 제동필요최근 경희대 의료팀이 배아단계의 인간복제실험에 성공했다는 보도를 접하고서 우리도 어느덧 복제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난다. 우리는 소위 「세계최초」 「세계최고」 「세계 ×번째」 등의 매력적인 마술에 잘 걸리는 모양이다. 이번의 「인간복제실험」기사만 보아도 「세계2번째」(이 실험의 성공을 전제로 한다면 실제로는 세계 첫번째가 될듯)라는 이유 때문에 연구당사자는 물론 언론이 마술에 걸리고 시민단체 일반대중이 모두 현혹되어 국내외의 비판을 유발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연구결과의 진실성은 언론매체도 시민단체도 아닌 학술연구단체 및 전문가를 통한 적절한 여과를 거쳐 인정되며, 설사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연구결과에 의해 언제라도 대체될 수있다는 것이 과학연구결과의 엄연한 속성이다.
외국언론매체에 보고된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복제양 돌리나, 미 하와이대의 복제생쥐도 수년간의 고통스러운 실험적 증거축적은 물론이고 이같은 진실성의 여과를 통해 논문이 인쇄되는 순간 언론발표가 이루어졌다. 불행히도 국내연구진의 「인간복제실험 성공」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피상적 내용밖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다수의 학자들이 회의적인 것으로 보는 것같다. 첫째, 우선 연구실험에 이용된 난자의 수가 명확치 않고 4개월여의 실험기간 또한 내용의 질을 추정키엔 불충분한 기간이란 것이다. 둘째로 난자는 물리적 충격만으로도 처녀발생(정자의 도움없이 난자가 세포분열을 하는 현상)이 가능하며 발생된 4세포 배아가 세포분열이 아닌 다른 현상에 의해 잘라진 것이 아니라는 증거도 없으며, 오히려 언론매체에 소개된 사진에 의하면 정상 배아로 보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로 체외수정한 사람의 3배체 난자도 32∼64세포기까지 체외배양이 되는 것으로 보아 핵의 제거가 완전히 안되었을 경우에도 4세포발생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복제기술의 단순한 제록스 카피(xerox copy)라도 올바른 카피일 경우, 이는 국내의 과학기술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간복제실험이 불량카피가 되는 경우에는 국내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피할 수없다. 어쩌면 이같은 해프닝 자체가 정말 「세계최초」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간배아재료에 대한 실험적 연구를 허가제로 하고, 인간 복제기술에 대한 엄격한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등 관련단체들의 작업이 신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생명과학관련자 의사 법률가 종교인 및 시민단체 등이 모두 주체가 돼 인간배아연구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허용범위를 명시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각 연구기관·단체는 내부에 소속 과학자 및 의사들의 연구계획을 허가하기 위한 특별윤리위원회를 운영, 연구제한, 허가, 연구실험수행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기술개발의 제한 및 반대는 요즘과 같은 국제상황하에서 기술특허권에 대한 막대한 해외경비 및 기술연수비 등의 지출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기술적 속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정기술개발의 수혜자가 결국 시민단체를 포함한 우리 국민이라는 사실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복제시대에서 발생할 복잡한 문제에 대비해 생명윤리학자, 생명과학전문법학자및 생명과학에서의 재산권획득 전문인력 등을 수적·양적으로 양성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인간복제기술이 앞으로 어떻게 질병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학자라도 아직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술이 동물에서 처럼 동일한 수준으로 발달할 것인지가 명확치 않고, 또 동물실험처럼 수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분별한 인간복제기술개발 이전에 관련 기관단체 등에 의한 규제의 성문화는 바로 이같은 인간복제기술의 예측불허속성 때문에라도 더욱 절실하다. 현재와 같은 국내 현실에서는 인간복제실험의 제록스카피 해프닝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생식발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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