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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되지 않는 질문들/클라우스 올레어(한국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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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되지 않는 질문들/클라우스 올레어(한국에 살면서)

입력
1998.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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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모든 사람들이 즐거운 축제 분위기에 있다. 재벌들까지도 축제의 계절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이 달 들어 가장 큰 뉴스는 한국의 5대재벌 계열사 축소(다운사이징)와 구조조정에 대한 재벌총수들과 청와대간의 「역사적」합의였다. 한국의 주요기업에 변화와 진전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언론에 따르면 모든 것이 계획되고 설계돼 착수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어떤가. 이러한 다운사이징이 어느 정도의 부채탕감을 필요로 하는가, 몇명을 해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들이다. 어떻게 비용절감, 즉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은 채 계열사를 반으로 줄이고 남은 계열사들로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고용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으면서 말이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은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들에 인수되거나 자금을 지원받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비용절감을 하지 않아 이윤을 내지 못하는 기업을 외국인 투자가들이 인수, 자금지원할 거라고 누가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어떤 재벌은 『가까운 미래에 외국자본을 통해 260억달러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현실성있는 목표인지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또 재벌은 『비주력 계열사 및 자산매각을 통해 20조원을 조성할 계획』이라지만 실제로 살 사람은 있는지, 재벌이 요구하는 가격을 바이어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언론이 이 모든 문제를 제기하기를 원했고 기대했다. 그러나 없었다. 며칠이 지나서 5만∼7만명의 노동자가 해고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격렬한 파업으로 이 나라를 절름발이로 만들 수 있는 노조를 결성할 수도 있는 숫자이다. 회복에로의 길은 굉장히 험난할 것이나 요즘 현실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느껴진다. 실업, 부채탕감 등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면 회복의 길은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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