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으로 낮은 심장박동수 불구 풀코스 20번 완주/포기 한번도없어줄곧 선두로 달려온 철각은 골인 지점인 타마삿대학 주경기장이 눈에 들어오자 장딴지에 더욱 힘을 실었다. 멀찌감치 떨어졌다가 다시 뒤꽁무니 쫓기를 반복하던 일본의 마나이 아키라(眞內明)도 이제 저만치 뒤처졌음을 느꼈다. 마라톤 풀코스(42.195㎞)를 한차례 완주하는 데 필요한 연습량은 1만5,000㎞. 20일 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 풀코스 20회 완주를 달성하며 우승한 이봉주(28·李鳳柱·코오롱)는 길지 않은 세월동안 무려 30만㎞를 달려온 셈이다.
이봉주는 충남 천안시 인근 벽촌 가난한 농군의 4남매중 막내로 태어났다. 6㎞나 떨어진 학교 덕택(?)에 뜀박질이 시작됐다. 천안 천성중 3년 때 육상을 시작, 광천고 1학년 때 장거리로 전환했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한 시골촌뜨기였다. 더구나 선천적인 짝발(왼발 248㎜, 오른발 244㎜)이어서 오른발에 신발을 맞추면 왼발에서 피가 났고 왼발에 맞는 신발을 신으면 오른쪽 신이 헐거웠다. 선천적으로 낮은 심장박동수도 육상선수로서의 장래를 어둡게 했다. 그러나 다른 선수보다 뛰어난 점이 있었다. 바로 성실함과 근성이었다. 한차례 완주하기도 어려운 마라톤 풀코스를 20차례나 뛰면서 단 한번도 포기하지 않았다. 뛸 때 땀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쌍꺼풀 수술까지 했다.
92년 도쿄(東京)국제하프마라톤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93년 전국체전 마라톤에서 2시간10분27초의 뛰어난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마라톤의 대부」 코오롱 정봉수(鄭奉守·63) 감독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黃永祚·28)가 뛰고 있는 팀에 합류했다.
고기가 물을 만났다. 정감독의 독특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서 마라토너로 거듭 탄생했다. 이듬해인 96년 마침내 이봉주는 영웅 황영조를 제치며 한국마라톤의 운명을 떠안았다. 96애틀랜타올림픽에 간판으로 출전하게 된 것. 2시간12분39초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고 올해 4월 로테르담에서 2시간7분44초의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명실상부한 1인자로 올라섰다.
『달리는 것 외 아무 것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이봉주는 자신의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것을 잘 안다.<이동훈 기자>이동훈>
◎식이요법과 특수신발의 ‘우승’/1·2·3일기름뺀 고기·물/4·5·6일탄수화물 위주/경기날찰밥·김·바나나
이봉주의 우승은 과학적인 식이요법과 최첨단 신발이 만들어낸 쾌거다. 그가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가져간 짐에는 생수 5박스, 쇠고기와 전복 멸치 찹쌀 등이 들어 있었다.
식이요법은 1주일전부터 시작하는데 첫 3일간은 몸속의 지방질을 완전히 빼내기 위해 기름기를 뺀 고기와 생수만 먹는다. 이봉주는 『한끼에 300g씩 먹어야 하는데 하루만 지나면 나무토막을 씹는 것과 같다』며 고충을 말한다.
이후 3일간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몸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과정이다. 멸치 김 전복죽 백김치와 과일을 섭취하는데 고추장 등 자극적인 음식은 절대 금물. 경기 당일 아침에는 찰밥 1공기와 김, 바나나 1개만 먹고 출전한다.
이봉주가 레이스가 끝난 뒤 벗어든 신발도 과학의 산물. 방콕 마라톤 코스가 콘크리트 도로인데다 날씨가 무더운 점을 고려, 코오롱이 6개월간 1억여원의 연구비를 들여 만들었다.
충격 흡수를 극대화하고 코르크 신소재를 밑창에 삽입해 지열을 차단하며 바람이 잘 통해 발의 열을 발산하도록 만들었다. 또 밑창의 두께를 최소화해 신발 무게를 140g으로 줄인 첨단 제품이다.<장래준 기자>장래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