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시인후 민주서 공격하자/“클린턴에 모범 보여주겠다”/하원 의장직 사임·정계 은퇴『나도 물러날테니 클린턴도 물러나라』 차기 하원 의장 내정자 밥 리빙스턴(공화·루이지애나) 의원이 절묘한 「물귀신 작전」을 펼쳤다. 17일 혼외정사 사실을 인정한 이후 민주당측의 공격목표가 되어 온 리빙스턴은 19일 자신의 의장직 사임과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면서 클린턴을 함께 물고 늘어진 것이다.
이날 리빙스턴의 사임 발표는 민주당의 허를 찌른 극적인 연출이었다. 탄핵안 표결에 들어가기에 앞서 벌어진 찬반토론에서 발언대에 나선 리빙스턴은 탄핵안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클린턴의 자진 사임을 촉구했다. 이에 민주당쪽 의원석에서 『당신이나 물러가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자 리빙스턴은 『좋다. 클린턴이 본받을 만한 모범을 보여주겠다』며 의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어 『여러분에게 누를 끼쳐 미안하다』며 아예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히고 발언대에서 내려오자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까지 그의 「깨끗한 결단」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사실 그의 의장직 사퇴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 하원 탄핵안 통과 이후 클린턴의 사임촉구를 당론으로 택한 공화당으로서는 『리빙스턴이나 클린턴이나 불륜은 마찬가지』라는 민주당측의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또한 내년 1월6일부터 회기에 들어가는 106회 하원의 의석수가 공화 223, 민주 211, 무소속 1명 등이어서 혼외정사 파문이 커지면 자칫 의장 당선이 불투명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클린턴 스캔들을 계기로 헨리 하이드 하원 법사위원장에 이어 리빙스턴의 스캔들이 문제가 되자 정가에서는 「섹스 매카시즘」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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