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탄핵 움직임·반미여론 부담/클린턴,안보회의 긴급소집 종결논의언제 어떠한 명분으로 발을 빼야 할까?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사막의 여우」작전 종료시기를 논의하기 위해 국가안보회의를 긴급 소집할 예정이다. 지난 사흘간 최소 300여기에 달하는 크루즈 미사일로 이라크를 난타한 미국이 이제 「끝내기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세계의 반발을 무릅쓴 채 후세인 정권 때리기를 강행했지만 사태의 조기 종결을 추진하는 데는 상황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선 19일부터 시작된 회교 최대 종교행사인 라마단(금식월)이 주요 변수였다. 고강도 공습을 계속할 경우 자칫 이라크 뿐 아니라 회교권 전체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원의 클린턴 탄핵 표결도 간과할 수 없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는다 해도 백악관의 권력 누수가 불가피한 데다 당장 클린턴 행정부의 외교력도 퇴색될 게 분명하다. 이 경우 후세인 정권은 권좌에 집착하며 미국에 저항, 클린턴으로선 더욱 어려운 난관에 몰릴 수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또 다른 변수는 국제적인 반미여론의 고조.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이번 공습을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공식 경고한 상태다.
미국은 이에 따라 사태의 조기 종결을 서두르게 됐지만 남은 문제는 명분찾기다. 당초 미국은 무력으로 후세인 정권을 굴복시켜 유엔의 제한없는 사찰을 수용하게 하려 했지만 결사항전을 외치는 후세인이 항복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한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은 또 한 번 후세인 제거에 실패한 채 「자국군의 인명피해 없는 이라크 군시설 파괴」라는 식의 자위성 명분에 자족하며 사태를 마무리할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이라크 공습은 앞으로 클린턴의 정치·외교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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