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전 차장이 건의해서 전화한걸로 생각/배재욱 前 비서관 “李 후보 도와야” 종용/‘부하직원 동원말것’ 등 4개 원칙속 모금19일 열린 「세풍」공판에선 지난해 12월초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임채주(林采柱) 국세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진술을 비롯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회창 후보의 격려전화
임전청장은 이날 『이총재가 지난해 12월 초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와 「수고한다. 계속 열심히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임씨는 이총재가 전화를 걸어온 이유에 대해 『업무에 대한 종합적인 격려성 전화로 이해했다』며 『전화직전 이석희(李碩熙) 전 차장이 「이후보가 한번 전화를 해줄만도 한데…」라며 불평을 늘어놓아 이전차장의 건의로 전화하게 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초는 임씨가 현대 대우 SK그룹 등에서 83억원을 거둬 한나라당에 전달한 직후다.
■이회성씨와의 만남
이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가 임전청장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것과 달리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말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당시 회성씨는 대선자금 이야기는 하지 않고 「수고한다」라고만 말했다』며 『대선자금은 이전차장과 이미 깊은 얘기가 오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어 『이전차장이 회성씨를 만나게 해준 것은 서상목(徐相穆) 의원이 측근이긴 하지만 회성씨가 이총재와 형제사이로 더 가깝기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재욱 비서관이 모금운동 촉구
임씨는 이전차장이 처음 대선자금 모금을 요구한 것은 지난해 8월말∼9월초라고 밝혔다. 임씨는 『이전차장이 「이후보를 만나러 간다」며 일찍 퇴근하는 일이 많았으며 이총재와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처음에는 모금을 완강하게 거절했고 오히려 이전차장에게 손뗄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9월말∼10월초 배재욱(裵在旭)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이 동원됐다. 배씨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이든 이후보를 도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려울수록 배전의 노력을 해달라』고 종용했다. 임씨는 난색을 표하다가 결국 대선자금 모금에 나서게 됐다.
■4가지 원칙하에 모금활동
임씨는 대선자금 모금에 개입하면서 4가지 원칙을 제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임씨는 법정에서 ▲국세청 조직이나 부하직원을 동원하지 말 것 ▲가능한한 대상기업의 수를 최소화할 것 ▲정치자금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영수증 처리할 것 ▲직접 돈을 받아 건네는 일은 하지 말 것 등의 4가지 기준이 지켜질 때만 모금할 수 있다고 이전차장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임씨는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공개를 꺼려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선 이전차장의 「A4리스트」와 주정중(朱正中)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작성한 「100대 기업 기본사항」이란 문건이 한나라당에 전달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4리스트」는 개별 기업체를 기준으로, 「100대 기업 기본사항」은 그룹별로 작성됐다. 특히 「100대 기업 기본사항」은 인적사항란에 총수들의 정계인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가지 문건이 모두 한나라당으로 유입돼 당차원의 모금활동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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