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장관」으로 통하던 전문경영인 출신의 배순훈 정보통신부장관이 문책성 경질을 당했다. 경질의 직접적 동기는 경제인 모임에서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직장악력이 떨어지고 업무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소리도 들린다.장관이 다른 부처 정책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자기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배장관이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대우전자)가 관련된 미묘한 사안에 대해서, 또 관련회사 사원들의 저항이 거센 와중에서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고, 그 회사직원들이 자신에게 보낸 E메일 내용까지 밝힌 것은 분명 신중치 못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유능한 기업인 출신이었던 그가 관료사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10개월만에 도중하차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며, 참신한 민간인사를 많이 발탁해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후퇴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또한 그동안 잇단 사건과 사고로 야당이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국방장관의 경우와 비교될 뿐 아니라 빅딜과 같은 중요사안에 대한 관료사회의 활발한 의견개진을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려가 된다.
배장관의 경질이 주목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빅딜에 대한 정부내 불협화음을 노출시켰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빅딜은 성사단계에 들어서면서 심한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삼성자동차대우전자 빅딜의 경우 양사 직원들의 집단반발에 휘말려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반도체 합병 역시 LG그룹측의 문제제기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빅딜의 경제적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얼마전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이 현행 빅딜 방식은 과잉설비의 정리보다는 통합법인 자체가 동반부실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빅딜보다 워크아웃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배장관이 아니더라도 정부내 고위인사중에는 사적인 자리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동안 빅딜에 치우쳐온 재벌개혁을 부실계열사 퇴출, 재무구조 개선, 소유와 경영의 분리 등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이같은 불협화음은 빅딜이 경제적 논리보다 정치적 논리에 많이 영향받아온 부작용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비판을 수렴하여 빅딜의 정책수정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빅딜의 목적은 경제회생이며, 빅딜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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