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요 법률 가운데는 제안자 이름을 붙여 기념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독점금지법으로 유명한 「반(反)트러스트법(An Act to Protect Trade And Commerce Against Unlawful Restrains And Monopolies)」이라는 긴 영문이름의 법안도 제안자 셔먼의원 이름을 붙여 「셔먼법안(Sherman Act)」이라 부른다. 20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 독점폐해를 막기 위해 1890년에 제정된 반독점법은 미국이 선진자본주의사회를 지향하는데 방향타가 됐다. 미국이 이처럼 주요법안에 발의자 이름을 붙여 기억하는 것은 아마도 그 법안제안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려는 깊은 뜻이 담기지 않았나 생각된다.■17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을 우리가 「박상천법」 등으로 명명, 길이 기념할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그동안 시비가 끊이지 않던 「특례법」의 독소조항 일부를 삭제했다고는 해도 법률이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보편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48년 정부수립 이전에 중국 등지로 이주한 사람 제외방침에 따라 200만 재중동포(조선족)와 50만으로 추산되는 국가연합(CIS)거주 동포(고려인)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상한 기준이다. 차라리 재미동포만을 위한 특례법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정부나 김대중 대통령은 기회있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법통은 상해임시정부로 부터 연유한다고 했다. 이 다짐은 어디로 간 걸까.
■국무회의가 의결했다고 바로 법률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시정할 수 있는 길이 남아 있다. 중국이 강한 불만을 표시한다고 해서 200만 동포를 제외시킨 처사는 말이 안된다. 조선족과 고려인이 재미동포보다 가난해서인가. 오히려 정부는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이나 호구지책을 위해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들 조선족 등에게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550만 재외동포중 약 절반을 반한(反韓)조직화하도록 하는 「반쪽법안」은 수정되거나 철회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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