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 총리는 18일 정권교체 1주년 기념식에서 「신의론」을 꺼내 매우 강한 톤으로 내각제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물론 그는 「내각제」의 내자(字)도 꺼내지 않았다. JP는 대신 「정치 선진화」등의 다른 용어로 우회했지만 연설 곳곳에 약속대로 내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이 완료돼야 한다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30여년간 조용한 2인자 처신을 해온 JP가 대통령의 면전에서 민감한 내각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비쳐지고 있다.김총리는 『신의를 잃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신의와 순리를 거듭 강조한 뒤 「과욕」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한 당직자는 『JP가 내년초 내각제 공론화를 앞두고 분위기를 띄운 것』이라며 『공론화 과정에서 권력구조 보다는 약속 준수 여부를 쟁점으로 몰고나갈 것』이라며 「신의론」제기 배경을 설명했다. 김총리의 연설문은 3일전부터 자민련 송업교(宋業敎) 정책연구실장이 준비했고, 김용환(金龍煥) 수석부총재 등의 검토도 거쳤다. 김총리는 「과욕」 「신의」 「순리」등의 낱말을 넣으라고 특별히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JP직계 당직자들은 『JP가 최근 사석에서도 「때가되면 5·16 하는 심정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며 『과거의 JP로 착각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만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내각제 약속을 변경하는 재협상을 추진할 경우 JP가 어떤 선택을 할 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한 당직자는 『JP가 연설에서 개인적 욕망을 버렸다고 말한 점에 유념해야 한다』며 『약속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JP는 공동여당이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당직자는 『현재 JP의 내각제 의지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JP는 정치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막판에 김대통령과 타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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