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떼려다 실익도 없고… 국제적 반발 혹붙인꼴/“득보다 실” 비판론/무기사찰 사실상 물건너가/되레 후세인 권좌 도움/걸프 군사력유지 부담 안아미국의 대 이라크 공습은 어떤 실익이 있는가? 미 언론들은 17일 당장 후세인 정권에 대한 압박과 군사시설 파괴라는 득이 있지만 잃는 게 더 많다는 부정적인 지적을 일제히 제기했다. 후세인 대통령을 굴복시켜 대량파괴무기 제조에 대한 사찰이라는 공습의 목적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 지가 우선 매우 회의적이다. 후세인이 끝내 「버티기 작전」으로 나올 경우 전면전을 감행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득 없이 발을 뺄수도 없는 부담만 안게 됐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번 공격으로 걸프전 이후 지난 7년간 이어져 온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무기사찰 활동이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며 이를 가장 큰 손실로 지적했다.
유엔의 무기사찰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이라크는 곧바로 생화학 및 핵무기 프로그램의 재건에 나서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앞으로 몇년간은 연간 수십억달러를 들여가며 걸프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유지해야만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이번 공습이 오히려 후세인의 권좌 유지와 대량살상 무기개발을 돕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후세인이 미국의 공습으로 조성된 중동권내의 반미감정을 이용해 국내는 물론 중동지역에서 자신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걸프전 때는 쿠웨이트 탈환이라는 명분과 목적이 있어 육상병력을 투입했지만 지금은 이라크가 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국제사회에서는 점차 미국의 공습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 미국은 그만큼 무력사용의 강도와 시한 등에 대해 제약을 받게 된다. 반대로 이라크의 항전 태세는 오히려 강해지며 후세인의 권좌는 튼튼해질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미국이 바라는 것과 정반대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정당성있나” 논란/옐친,START 비준거부 시사/美러 관계 급속 악화/친미 중동국가마저 불만 표출
미국의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세계가 둘로 나누어졌다고 표현했다. 특히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미·영 주재 자국 대사들을 전격 소환하는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 악화 및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비준 거부를 시사하는 등 90년대 들어 미·러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 들었다.
앞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 역시 『미국의 이라크 공습은 수용할 수 없는 행위』라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이밖에 미국의 공습에 지지 성명을 발표한 유럽연합(EU)과 한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침묵을 지키거나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친미적인 중동 국가 역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중·러가 이번 공격의 정당성을 일축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버틀러단장의 보고서를 독단적으로 수용, 정작 이라크사태 중재의 국제적 당사자인 유엔 안보리를 무시하고 행동했다는 점이다. 중·러, 프랑스 등은 최근 이라크측의 협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별도의 국제원자력기구(IAEA)보고서 등을 거론하며 버틀러 보고서의 진실성을 안보리 차원에서 먼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버틀러가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바그다드에서 사찰단을 철수시킨 것도 부당한 월권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또 아무런 사전 상의나 협의 없이 공격을 감행한 것은 유엔 헌장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은 이런 주장을 외면하고 있다. 이라크의 추가 사찰 방해시 「경고없는 무력 공격」은 이미 지난달 안보리 중재안에서 보장된 것이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의 물밑 화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각국의 대립 국면은 상당 기간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美,이라크 공습 언제까지…/공화국 수비대 등 목표/라마단이전 금명 끝낼듯
미·영 양국은 과연 언제까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인가?
양국은 1차 공습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 듯 17일 2차 공습의 강도를 높였다. 이라크 깊숙한 지역과 국경 인근 방공시스템에 집중한 2차 공습은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전과」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양국은 특히 사담 후세인의 경호와 수도방위를 담당하는 공화국 수비대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들이 무기생산 시설을 은폐하면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시설을 직접 공격할 경우 치명적인 가스 누출 등으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미 언론들은 회교권의 반미 감정을 의식한 양국이 회교의 연례 종교행사 기간인 라마단 금식이 시작되는 19일까지는 일단 공격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단기적으로는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의 파괴 ▲중기적으로는 유엔 무기사찰활동의 보장 ▲장기적으로 사담후세인 정부의 전복 목표를 밝혔다. 미국이 이중 어떤 기준으로 목표 달성을 평가하고 공격 중단 시점을 설정할 지는 미지수다.<김정곤 기자>김정곤>
◎불거지는 ‘버틀러 음모론’/유엔사찰단장 親美 성향/“이라크 상황왜곡” 논란일어
이라크 공격의 정당성 논란이 리처드 버틀러 유엔무기사찰단(UNSCOM·유엔특별위원회)단장에 대한 시비로 집중되고 있다. 『버틀러는 사찰 상황을 왜곡하고 독단적으로 바그다드에서 사찰단을 철수시킴으로써 결국 미국의 앞잡이 노릇만 했다』는 의혹이 시비의 핵심이다. 버틀러에 대한 불신은 그의 친미적 경향에서 비롯된 것. 호주 출신인 그는 91년 5월 UNSCOM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래 줄곳 이라크 무기사찰활동을 유엔 주도가 아닌 미국 주도로 운영해왔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버틀러 음모론」은 8월 그와의 마찰 끝에 UNSCOM 부위원장직을 사임한 스코트 리터가 18일 뉴욕포스트에 『버틀러 보고서는 미국에 의해 정치적으로 계획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극에 달했다. 리터는 이날 『버틀러는 보고서 작성 마무리 단계에서 미국 관리들로부터 공습 정당화를 위해 표현을 강화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버틀러 시비는 결국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부당한 공격을 초래한 책임은 버틀러에게 있다』며 사임을 요구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장인철 기자>장인철>
◎바그다드 표정
○“병원 등 폭격” 주장
○…17일 밤(현지시간) 2차 공습에 이어 18일 새벽 최소한 5발 이상의 미사일이 추가로 바그다드를 강타, 시내 중심부에서 3차례 이상의 엄청난 폭발음이 터졌다. 이라크의 대공포 발사로 바그다드 상공이 대낮같이 밝혀진 가운데 이날 새벽 4시3분께 공습경보 사이렌이 정적을 갈랐다. 이라크 관영 TV는 이번 공격으로 병원 곡물창고 공장 등 민간시설이 집중 폭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선 17일 밤 9시50분께 미군은 2차 공격을 감행, 최소한 200여기의 크루즈 미사일을 바그다드에 쏟아 부었다. 이중 최소 5발은 바그다드 시내 주택가와 관청지역에 떨어졌다. 외국 언론사 특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이라크 공보부청사 인근에도 미사일이 터졌다.
미 국방부 관리들은 2차공격에서는 1차공격과는 달리 해상 발사된 미사일을 이라크 영내 깊숙한 곳에 발사했다고 밝혔다. 항모 엔터프라이즈에서 발진한 F18 전폭기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에서 출격한 B52 폭격기들은 이라크 영공밖에서 정교한 레이저 유도탄을 이용, 이라크 방공망과 정예 공화국 수비대를 공격했다.
○하루평균 100회 출격
○…이라크 공습의 선봉대를 맡고 있는 걸프만 주둔 미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 탑재기 조종사들은 「사막의 여우 작전」이 개시된 이래 하루 평균 100회 등 지금까지 총 200회 이상 출격했다. 전폭기 조종사들은 브리핑룸 등 곳곳에 「작전:킬 사담(Kill Saddam)」이라는 격문을 써붙여 놓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유엔은 이라크에서 인도주의 구호물자 전달을 감독해 온 요원들이 시리아와 요르단으로 철수함에 따라 당분간 이라크에 대한 구호물자 전달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라크내에 식량과 의약품, 기타 구호물품의 재고분이 남아 있어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구호물자 배분이 당장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황유석 기자>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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