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 1년이 흘렀다. 1년전 이맘때는 『모두 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뿐이었으나 잘 극복해 왔다. 국내외에서 우리 경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서 그런지 올 연말 분위기는 지난해와는 사뭇 다르다. 희망과 낙관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 있다. 중산층 몰락이 그것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더라도 실업률은 1%포인트정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또 실업이 저소득계층에 집중되고 실질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어 소득불균형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도 같은 예측을 하고 있다. 경기는 다소 회복돼도 없는 사람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IMF체제를 맞은 것은 총체적 부실 때문이었지만 「가진 자」들의 책임이 더 컸다. 1년이 지나는 동안 중산층은 몰락하고 있으나 권력과 금력을 가진 자들은 오히려 이 체제를 즐기는듯한 행태들을 서슴지않고 있다. IMF체제 초기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몸조심하던 최소한의 「예의」마저 사라져 버렸다. 한때 파리를 날렸던 고급 룸살롱과 골프장은 예약없이 가기 힘들고, 값싼 물건은 안팔리지만 고급수입품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들은 소득감소에 따른 중산층 몰락뿐 아니라 심리적인 중산층 의식마저 무너뜨려 중산층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94년말 내가 일본에 출장갔을때 그 나라는 자민당 일당 지배체제가 끝나 정치적으로 몹시 혼란했었다. 한 경제연구소를 찾아가 인터뷰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별로 심각하지 않다』였다. 중산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국도 새해에는 몰락한 중산층이 다시 살아나야만 실질적인 IMF졸업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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