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를 둘러싸고 두 여당간에 벌어지고 있는 정쟁(政爭)이 국민을 심란하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를 겨우 한고비 넘기는가 하고 안도하는 시점에 불거져 나온 두 여당간의 정치적 갈등은 결국 경제에 주름살을 안기게 될 것이다. 최근 내각제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는 것은 대통령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작년 11월 이른바 「DJP연대」가 그 근원이다.김대중·김종필씨등 오늘날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두사람은 그당시 99년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약속하고 대선승리를 위한 공조에 합의했다. 두사람이 서명한 합의문은 대선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김대중후보가 당선되면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내각제를 추진키로 돼 있다. 그들은 특히 내각제 실시문제와 관련, 99년 12월말까지 순수내각제 개헌을 하고, 개헌시 자민련이 대통령과 수상중 선택의 우선권을 갖기로 했다.
그들의 합의를 살펴보면 김대통령이 약 2년간 집권을 한후 내각제로 개헌을 하여 나머지 약 3년간은 김총리에게 사실상 권력을 넘겨주는 형식이다. 지역적 기반이 취약한 김총리가 집권하려면 내각제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는 몇차례 두사람간의 이같은 약속이 국민의 정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우선 그들이 합의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국회의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또 국민투표 과정을 거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가능하다. 아무리 선거도중 다급한 가운데 이뤄진 합의라고는 해도 국회가 마치 자기들 안주머니에 있는듯한 모양새등은 그당시 적지않은 비난을 자초했고, 이나라가 3김씨의 전유물이냐는 비판도 나왔었다. 거듭 강조하지만 권력구조의 변경은 민의에 따라야 한다. 지금 대다수의 국민들은 권력구조개편에 별로 관심이 없다. 하루빨리 IMF체제로부터 벗어나 경제난속에 고통받는 가정을 추스리는 일이 더 절박한 과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내각제 찬성률은 20%선에 머물고 있다. 정치권이 시끄러워지고 특히 여권의 국정장악력이 떨어질때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이 더 어려워 질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은 모두가 경제난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일 때다. 두 정당간의 「신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득이 될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앞에서 한 내각제 추진약속은 물론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각제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우선 경제회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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