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된 정책 비판 公人으로서 문제”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18일 배순훈(裵洵勳) 정보통신장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것은 내용면에선 문책성 경질이다. 배장관이 지난 16일 대우전자에 애착을 표시하며 삼성자동차와의 「빅 딜」을 공개비판한 것이 직접 원인이 됐다.
김대통령은 또 이번 조치를 통해 5대그룹의 구조조정 약속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대통령은 베트남 방문중 배장관의 발언을 보고받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전자 직원들이 이를 계기로 빅딜 반대 움직임을 강화하는 등 파문도 만만치 않았다. 배장관은 17일 청와대측에 공식 해명을 했으나 그 해명을 김대통령이 납득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전해지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측은 특히 배장관의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문제가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각료는 토론을 거쳐 정책이 결정된 뒤에는 이를 추진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고 경질 배경을 밝힌 것이 이런 맥락이다. 이 관계자는『김대통령은 공직에 일단 임명된 뒤에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면서 『배장관 발언은 자신이 직전에 몸담았던 기업의 이해를 대변했다는 점에서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배장관은 국정감사때 감청논란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고, 통신시장 개방을 위한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지 못하고 백지화하는 등 업무수행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순수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처음 입각한 배장관이 정부에 착근을 못하고 중도하차한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후임으로 관료, 기업인, 정치인 출신 등 다양한 하마평이 나오는 가운데 김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김광일 기자>김광일>
◎裵 전 장관 누구인가
배순훈(裵洵勳·55) 정보통신부장관은 새 정부 조각때 전문경영인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입각한 인물. 한국인으로는 최연소인 27세에 미 MIT공대에서 기계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과학기술원과 MIT공대 객원교수를 지내다 대우로 옮겨 23년간 근무했다. 대우전자 회장시절 「탱크주의」 광고모델로 나와 유명해졌고 「탱크장관」이란 별명을 얻으며 화려하게 입각했다.
◎裵 전 장관 문제발언/“삼성車대우電 빅딜 이해할수 없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대규모사업교환(빅딜)은 이해할 수 없다. 빅딜이란 과잉설비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생산제품의 95%를 수출하는 대우전자를 삼성자동차와 빅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100% 수출하고 있는 조선은 한때 과잉설비가 문제됐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가 없다. 대우전자와 삼성차를 맞교환하는 것은 해당업체들의 국제신인도에도 손해가 될 것이다.
대우전자는 내수판매에서는 삼성 LG 등에 뒤지지만 해외수출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다. 중저가의 대우전자 제품에 월드베스트브랜드(세계일류상표)를 지향하는 삼성전자 상표를 붙일 경우 팔릴 지 의문이다.
22년간 대우에서 일했는데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이 발표된 후 대우전자 직원들이 전자메일로 「대우전자에 다시 돌아와 달라」는 호소문을 보내오고 있다. 대우에 있을 땐 김우중(金宇中)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아 모든 일을 신속히 결정했으나 장관이 되고나서 정치권은 물론 정부안에서도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많아 되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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