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1명 앰네스티 관련돼 상원서 판결파기는 처음『정의 실현 못지않게 절차의 정당성도 중요하다』
영국 최고법원인 상원은 17일 이같은 입장에서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면책특권을 부정한 종전의 판결을 기각하고, 재심을 열도록 결정했다.
상원은 이날 지난 달 25일 판결 당시 5인 재판부 중 한 명인 호프만 의원이 국제사면위원회(AI·앰네스티 인터내셔널)와 관련돼 「편견의 의혹」이 있다는 피노체트 변호인단의 청원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여 이같이 결정했다. 이는 재판관의 공정성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판결 자체를 파기한, 놀라운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원 재판부가 스스로의 판결을 뒤엎기는 상원의원이 최고심 재판관을 맡아 온 1823년 이래 처음.
이에 따라 내년 1월 18일 피노체트에 대한 재심이 열리며, 호프만 의원은 재심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상원 최고심에서 호프만 의원을 포함, 3대 2 방빅의 차이로 피노체트에 대한 면책특권이 박탈된 점을 볼 때 재심에서 피노체트가 칠레로 돌아갈 가능성은 열려 있다.
호프만 의원의 AI 관련 의혹은 피노체트에 대한 면책특권 불허가 결정된 뒤 불거져 나왔다. 그의 아내 질리안은 피노체트 사법처리를 주장해 온 AI 런던 본부에서 21년간 일해왔으며, 호프만도 90년부터 AI의 산하 단체 회장을 지내온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호프만의 경우 「판사가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건을 맡게 됐을 때 재판부에 이를 알려야 한다」는 기본 의무를 저버렸다는 점. 니콜라스 브론 윌킨슨 상원 재판장은 『그는 첫 심리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한편 영국 사법당국은 피노체트 재심에 참여할 인사의 사전검증을 통해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박진용 기자>박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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