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부쩍 늘어난 이런 저런 모임에 나가보면 모임의 성격은 달라도 대화의 주제는 예외없이 경제문제로 모아진다. 그중에서도 관계, 학계에서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경기저점 논쟁이 단연 중심테마로 등장한다. 정부의 말대로 정말 이제 경기가 바닥에 도달한 것인지, 내년에는 회복기에 접어들 것인지, 새로운 위기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놓고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져 토론회 분위기를 방불케 한다.■경제관련자들이나 관심을 가질법한 경기논쟁이 시중 송년모임에까지 불길이 옮겨붙은 까닭은 자명하다. IMF한파로 너나없이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니 이 시련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박한 생존의 문제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관료들 입에서 장밋빛 경제전망이 나오고, 갑자기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 돈잔치가 벌어지는 상황이 경제현장에서 느끼는 현실과는 너무 달라 큰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경기 순환측면에서 볼때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여러 경제지표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산업생산지수가 3·4분기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등 몇몇 수치들이 발표됐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상의 미약한 변화도 사실은 전반적인 경제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등 일부 업종의 수출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15일 발표된 한국개발원(KDI) 경제전망은 내년 실업률이 8%로 더욱 늘어나고 투자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언제 해고당할 지 모르는 고용불안, 실질적인 소득의 감소, 소비위축에 따른 사업부진등 일반이 피부로 접하는 경제상황은 내년에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표 경기는 바닥에 도달했는지 모르지만 체감 경기의 바닥은 아직도 멀다는 것이다. 송년모임들의 결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러면서 한마디씩들 한다. 정부가 섣부른 낙관론을 확산시키는 것은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좌절과 불신을 안겨주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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