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동아시아 협력에 관한 비전그룹」창설 제의는 시의적절하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3국이 참여해 역내 교역 및 투자활성화와 산업·자원분야의 협력강화 방안을 논의하자는 그 제안은 동아시아 경제협력 확대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세계는 개방화와 함께 블록화가 강화되는 추세다. 열린 지역주의로 나가고 있다. 내년에 출범하는 유럽단일통화, 북미자유투자협정(NAFTA), 미주기구(OAS) 등이 그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각국간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다. 상호의존도 역시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정도로 심화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외환위기 등으로 쑥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아시아의 잠재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성장 가능성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높다. 그래서 이같은 기구창설이 필요하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미국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다. 미국은 동아시아에 배타적인 공동체가 등장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현재 IMF체제아래 있고 우리 경제는 내부요인보다 세계경제의 성장, 국제금융 흐름 등 외부요인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비전그룹이 각국의 기업인 학자 등 민간주도로 구성되고, 정부대표는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토록 한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
이번 제안이 제안 자체로 끝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일본·중국은 아시안에 대해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다. 일본은 신미야자와 플랜으로, 중국은 재경부차관회의 창설등으로 아세안에 접근하고 있다. 아세안과 연간 교역규모는 일본이 1,130억달러, 중국이 513억달러에 달하나 우리는 254억달러에 불과하다. 우리가 얼마나 빨리 IMF를 졸업하느냐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중의 하나가 아시아의 경제회복 여부에 달렸을 만큼 아세안은 중요하다.
이번 김대통령의 제안과 비슷한 주장은 과거에도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총리가 주창하는 동아시아 경제협의체(EAEC)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아시아적 가치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는 등 기본적인 이념이 틀려 구별해야 한다. 아세안과 우리는 함께 외환위기를 겪는 동병상련(同病相憐)입장에서 공감하는 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제안이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뭉쳐 공동 번영을 구가하는 계기가 되도록 비전그룹 구상을 빨리 구체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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