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적 정신이 발현된 뮤지컬에 한국의 전통설화를 담겠다는 시도는 어쨌든 실험적이다. 서울예술단의 「바리잊혀진 자장가」(내년 1월9∼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그런 면에서 위험한 모험이다.뉴욕의 입양아 바리 보우만(이선희·임선애)이 애인을 잃고 자살을 기도하는 도입부분은 흡사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 그 뒤는 혼수상태에 빠진 바리가 설화로 여행하는 내용이다. 마별사(유인촌·박철호)를 따라 오구대왕(송용태)과 왕비(윤복희)를 만난 바리는 검은 빨래를 빨고, 탑을 쌓고, 무장승과 결혼해 세 아들을 낳는 수신(修身)의 역경 끝에 생명수를 얻어온다.
설화적 분위기는 아무래도 무대(신선희)에 의존한다. 왕궁이 쪼개지면서 달이 뜨고, 큰 동거울 뒤로 고대유적의 폐허가 드러난다. 의상(변창순)은 금·은·동 금속성을 주조로 삼아 고대현대 이미지의 두 토끼를 잡으려 했다.
대사가 거의 없이 음악으로 진행된다. 원일·김대성씨가 총 40곡을 작곡하고 김정택씨가 편곡을 맡았다. 18인조 MBC관현악단, 거문고와 아쟁을 제외한 모든 국악기, 전자건반등 밴드까지 악단조합이 특이하다. 홍원기 작 김정숙 각색 김효경 연출. (02)5230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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