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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딜레마’(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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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딜레마’(社說)

입력
1998.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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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7일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사담 후세인이라는 탐욕의 독재자가 자초한 불행이긴 하지만,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이 실토했듯이 국제사회의 비극이다.우리는 미국의 「이라크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다. 이라크는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특별사찰단(UNSCOM)의 이라크내 대량학살무기 사찰에 응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91년 걸프전 종전이후 사담 후세인은 사찰단의 활동을 교묘하게 방해하면서 벼랑끝 전략으로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곤 했다. 바로 한달전에도 클린턴대통령은 이라크에 공격명령을 내렸다가 후세인이 막판에 사찰허용으로 후퇴하자 이를 취소했었다.

이번에 클린턴대통령의 조치는 예상외로 전격적이었다. 유엔특별사찰단이 이라크의 조사방해를 이유로 철수하자마자 클린턴은 종전과 달리 외교적 제스처 없이 곧바로 무력을 썼다. 그러나 이라크사태는 국제여론이 문제해결의 중요 관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클린턴대통령의 결정을 놓고 미국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논란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클린턴의 조치가 하원의 탄핵결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악용이라는 의심을 받고있다. 클린턴대통령 탄핵문제는 11월 중간선거이후 사그라지는 것 같았으나 하원표결을 앞두고 공화당의 결속으로 탄핵결의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여론조사에서도 탄핵결의가 통과될 경우 사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클린턴은 팔레스타인방문에서도 중동문제협상에 실패함으로써 극도로 초조한 상태였다.

국제적으로도 클린턴의 결정을 놓고 안보리가 분열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클린턴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무척 불편한 감정을 보이고 있다. 사찰단의 결과보고를 안보리와 협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영국과 짜고 내린 결정이라는데 강한 불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하원은 클린턴 탄핵결의안 처리를 이 사태로 당분간 연기했다. 국익을 앞세운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한다는 미국의회의 전통에 입각한 것이다. 이라크 공격 타이밍은 정치적 위기에 몰렸던 클린턴에게는 절묘했지만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에는 적잖은 상처를 주고 있다. 우리는 핵확산과 비인간적인 생화학무기의 위험을 생각할 때 이라크에 대한 유엔사찰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의 공격타이밍, 골치아픈 나라는 무력으로 다스리겠다는 초강대국 미국의 자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인식을 같이한다. 무력공격은 어떤경우에도 마지막 선택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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