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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외국인 관광/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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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과 외국인 관광/서화숙 문화과학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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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인사동과 경복궁 창덕궁이 가까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주변에서 많이 만난다. 지도를 들고 고민하는 관광객을 만나 길을 일러준 적도 여러번이다. 이들이 찾는 것은 어김없이 조계사이다. 조계사 입구의 퀀셋사무실이나 주차장을 보고 실망할까 걱정되어 『전통 분위기가 최근 들어 많이 사라졌다』고 일러주어도 꼭 보고 싶다고 한다. 책자나 지도에 봐야 할 명소로 표시된 모양이었다. 길을 가르쳐 보내면서 그들이 그래도 괴화나무에 걸린 연등이나 대웅전의 단청과 서까래, 벽화, 꽃무늬 창살같은 것에서 한국문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었다.그런데 지금은 그조차 할 수 없다. 절에는 각목과 바리케이드, 철조망이 어지럽고 인상이 고약한 사람들이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심지어 며칠 전 퇴근길에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절을 횡단해 지나가다가 총무원 건물 위쪽에서 울려나오는, 『야 이 ○○야, 빨리 무릎 꿇어. 너같은 ○○는 맞아야 돼』라는 참혹한 소리까지 듣고 말았다. 린치가 일어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들어가 말릴 수는 물론 없다. 조계사 외곽에는 경찰차가 수없이 늘어서 매연을 뿜어대고 있지만 아무도 이 폭력에 손을 쓰지 않고 있었다.

조계사가 종권다툼으로 절로서의 본령을 잊은 지 벌써 40일째이다. 이 다툼에서 누구 편을 들어줄 생각은 없다. 다만 서울의 명소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할 대표적인 장소가 이런 식으로 계속 방치되어서는 안된다. 게다가 조계사 대웅전은 서울시 유형문화재이고 백송은 천연기념물로 불교만의 것이 아니라 온국민의 재산이기도 하다. 싸움 와중에 대웅전에는 1일 새벽 방화로 보이는 불까지 났었다.

법치국가에서 린치와 방화의 현장을 당국이 계속 방치한다면 국민을 다스릴 근거조차 흔들리는 것이다. 관광수입을 올리겠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수십억원을 쏟아부어 세계를 상대로 광고를 하면 무얼 하나. 실제로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보여 줄 것은 추악한 이권다툼의 현장 뿐인데. 한국인의 체면을 위해서도, 법과 질서가 한국사회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조계사는 시민의 명소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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