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등 5㎝ 흙인형사슴 숨겨/29일까지 찾는 시민에 판화선물23일 서울시내 녹지공간에서 「사슴 사냥」이 시작된다. 서울에서 웬 사슴사냥? 진짜 사슴은 아니다. 슈퍼 화이트라는 도자기흙으로 구운 5㎝짜리 인형사슴이다. 구로구의 고척근린공원, 도봉구 덕성여대, 은평구 거북약수터, 서초구 시민의 숲등 25개구 46곳의 공원에 사슴인형이 숨어 있다. 물론 찾는 사람이 임자. 연말 시민들을 위한 재미있는 보물찾기다.
그러나 이 사슴 사냥놀이는 한가한 설치미술가의 장난만은 아니다. 개인돈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설치미술가 박훈(朴薰·34)씨는 이렇게 말한다. 『번잡하다는 미국의 뉴욕에서는 가끔 사슴이나 너구리가 차에 치여 죽습니다. 사슴을 사냥할 수 있을 만큼 환경이 보호되는 나라, 그런 나라를 꿈꾸고 계획한 프로젝트입니다』 박씨는 홍익대, 뉴욕주립대 대학원에서 판화를 전공했고, 최근엔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차세대 유망주. 지난 해 제3회 한국일보청년작가초대전에 초대작가로 선정됐었다.
「사슴 보호」가 아니라 「사슴 사냥」이라는 역설적 제목의 프로젝트는 23일부터 29일까지 계속된다. 사슴을 찾은 사람은 사슴 사냥현황본부실(다다갤러리·027358942)에 전화를 걸면 선착순 100명에게 작가가 만든 판화를 준다. 사슴 사냥에 성공했다고 알리면 사슴사냥회원에 가입되고, 「98사슴사냥서울프로젝트에 관한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다. 어느 곳에 사슴이 있는지 알고 싶으면 구청(각국번+3001)으로 전화, 사슴사냥정보통신망을 이용하면 된다.
그런데 이 사슴은 왜 그렇게 작을까. 등신대의 사슴이 숨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슴의 크기만큼 우리의 자연환경은 왜소한 것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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