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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중문 의과대학교(우리대학 21세기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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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중문 의과대학교(우리대학 21세기 비전)

입력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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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最高들이 모여 名醫를 낳는다/개교 2년 불구 교육·후생복지 완벽/PBL식 밀착교육·대체의학강좌 장점/외국어·컴퓨터 등 국제화시대 앞장산부인과로 유명한 차병원이 설립한 포천 중문의대(총장 전태준·全泰俊)는 경기 포천군 포천읍 동교리 2만여평의 국사봉 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지금도 한창인 커다란 철제 교문 공사는 이 대학의 현재와 미래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전원 대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의예과 2학년 전학훈(全學勳·21)씨는 『가게나 편의시설이 주변에 많지 않아 불편한 점도 있지만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아늑해 공부하기에는 최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도심서 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중문의대는 43번 국도에서 좁은 길을 따라 2∼3㎞ 더 들어가야 한다.

신세대들에게는 갑갑할 수 있지만 학생들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수능성적 376점(98년학년도 합격선)의 공부벌레들은 금요일 오후에 스쿨버스를 타고 서울과 고향으로 떠나는 달콤한 주말휴가를 맘껏 즐긴다.

이 대학이 포천에 자리잡은 것 자체가 웅지(雄志)를 담고 있다. 포천은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데다 남북을 잇는 중요관문이기도 하다. 21세기 통일한국을 내다보고 세계 의학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뜻에서 이름을 「중문」(中門)으로 지었다.

이같은 웅지에 걸맞는 시설도 갖추었다. 1인 1대의 컴퓨터 교육이 가능하고 도서관도 1인 1석이다. 800평 규모의 도서관을 또 만들고 있다. 호젓한 시골이라는 주변여건을 감안, 전교생이 생활하는 기숙사에다 당구장 노래방 헬스장등 후생복지 시설을 두루 갖췄다. 개교한지 2년도 안됐지만 상아탑의 핵심 하드웨어가 구비된 셈이다. 의예과 과대표인 장웅기(張雄起·20)씨는 『신생 의대이기 때문에 시설이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만큼 앞으로 크게 뻗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향마을 같은 지리적 여건에다 소수 정예주의가 가미돼 학풍은 「간극(間隙) 제로」를 지향한다. 학생들끼리는 물론 교수와 학생사이도 친형제처럼 가깝다는게 300여 「중문 가족」들의 자랑이자 기쁨이다. 유수병(兪秀秉·20·의예과2년)씨는 『사람수가 적고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형제처럼 지낼 수 있다』며 『특히 교수님들과도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또 「빨간 자크」로 불리는 밴드(레드 지퍼스), 별반, 연극동아리등 8개의 공식 동아리에다 3개의 「지하」동아리가 대학생활에 낭만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밀착 교육」은 교수가 학생보다 많은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교수 182명에 재학생수는 120명. 99학년도에 80명이 더 입학해도 교수대 학생비율은 「1대1」선을 유지하게 된다. 게다가 교수들 대부분이 풍부한 임상경험을 지닌 국내정상급 의학자들이라는 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교육방식과 내용도 진취적이다. 포천중문의대는 문제해결 중심의 선진국 교육법인 PBL(Problem Based Learning)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의대로서는 처음으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에 대한 조화와 이해를 위한 대체의학 커리큘럼도 두고 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차세대 의료인 양성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출신의 영어교수 롱고 엘리자베스(26·여)씨는 『학생들 역량이 뛰어나다』며 학습효과에 만족을 표했다. 일본어와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케 해 다가올 태평양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컴퓨터 교육 역시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도 교수와 학생 모두 자신감에 넘쳐 있다. 의예과 학과장 서동철(徐同喆·41) 교수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명문의대와 비교할 때 25분의1도 채 되지 않는 일천한 기간이지만 명문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서교수는 특히 『가장 큰 자랑거리는 우수한 자질의 학생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중문의대의 미래상은 「의술의 신기원을 개척하며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학」으로 요약된다. 최고의 엘리트를 뽑아 최선의 교육을 제공, 세계 최강의 의대가 되겠다는 것이다. 신흥 명문의대는 단지 출발점일 뿐이라는 것이다.<윤순환 기자>

◎재단 전폭 후원·차병원 명성/2년만에 명문 의대 반열에

포천 중문의대는 차병원이 모태가 된 학교법인 성광학원(이사장 차경섭·車敬燮)이 97년 3월 설립한 대학이다.

설립 2년만에 신흥 명문의대로 급부상한 중문의대는 영어 머릿글자(CHA)를 딴 세가지 설립이념을 내세우고 있다. C는 기독교적인 이웃 사랑의 정신(Christianity), H는 조화와 화합의 정신(Harmony), A는 대학인이 지녀야 할 탐구정신(Academic)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학교 교과목에 「채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차이사장은 『인성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회에 봉사하는 의료인을 육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중문의대는 97년 첫 신입생 모집때 20대1 이라는 이례적인 경쟁률로 화제를 모았다. 98학년도에는 수능점수 376점이라는 높은 합격선으로 명문의대 대열에 합류했다. 98년 간호학과를 신설, 어엿한 의대의 면모를 갖췄고 조만간 보건학과도 만들 계획이다.

중문의대의 고속 성장은 재단의 전폭적인 후원에 따른 것이지만 그동안 산부인과, 특히 불임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차병원의 명성에 힘입은 바 크다. 60년 차산부인과 의원으로 개원한 오늘의 차병원은 86년 국내최초로 인공수정아기를 출산하고,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도 출산시켰다. 이어 세계최초로 폐기되는 난소에서 채취한 미성숙 난자의 체외배양에 의한 임신 성공(88년), 여성의학연구소 기초의학연구소 유전학연구소 개소(92년), 분당 차병원 개원(95년)등 숨가쁘게 발전가도를 달려왔다. 이 기간중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연구성과가 세차례 소개되고 미국 불임학회등에서 최우수·우수 논문상 역시 세차례 수상,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발돋움했다.

◎의예과 신입생 전원 6년간 등록금 면제

『국제통화기금(IMF)체제하에서 과연 어느 의과대학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포천 중문의대의 홍보문안이다. 이 대학에는 IMF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5대 특전」이 있다.

먼저 의예과 신입생 전원에게 6년간 등록금이 면제된다. 중문의대 김충용(金充龍)교학계장은 『의대 졸업까지 평균 5,000만∼6,000만원 드는 교육비를 감안할 때 중문의대 입학 자체가 부모에 대한 효도이고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올해 두번째로 뽑는 간호학과의 경우는 수능성적 전국 상위 3% 이내 입학생에 한해 4년간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 수능성적 상위 10%이내와 20% 이내인 간호학과 입학생들에게도 각각 첫 학기 수업료와 입학금이 장학금으로 주어진다. 98학년도 2학기 장학금 수혜율은 34%였다.

입학생 전원에게 기숙사도 제공된다. 학생들의 체력관리를 위해 헬스실및 등산로도 마련됐고 학생 휴게실에는 당구장 음악감상실등이 있다. 기숙사는 쾌적한 휴식과 충분한 학업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의예과 1학년 채유진(蔡裕珍·19·여)양은 『학생수가 적은데다 모두 다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친근감이 있어 좋다』고 자랑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주어지는 혜택도 귀가 솔깃한 것들이다.

졸업하면 차병원 산하 1만병상 규모의 부속 종합병원과 연구소에서 의사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된다. 또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모교 교수로 우선임용될 수 있다. 재학중 성적 우수자에게는 차병원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외국 유명대학에 유학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준다.

포천중문의대는 미국 콜럼비아대, 남가주대, 캘리포니아 어바인의대및 호주 모나쉬대등과 교수및 학생 교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같은 여러 특전에 대해 『의료인으로서 「요람에서 무덤까지」전과정을 학교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학생을 선발하고 교육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성광학원 차경섭 이사장/“사회에 헌신봉사하는 제2의 허준 키워낸다”

포천중문의대 재단인 성광학원의 차경섭(車敬燮·79) 이사장은 『최고의 의술로 사회에 봉사하는 「제2의 허준」을 키워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돈이 없어도 공부할 수 있고, 부족함없이 연구에 정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보건과학대학및 생명과학대학을 신설, 중문의대를 「건강과학 종합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도 피력했다.

차이사장은 『개교 2년째인 신생 의대지만 학업에서부터 취직까지 의료인의 길을 100% 보장, 영재들에게 의료 문호를 넓혔다는데서 보람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학금 얘기가 나오자 『학생들이 자기가 잘나서 장학금을 받는다고 생각할까봐 걱정』이라며 『교육을 잘 시켜 사회에 봉사하는 의료인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 시대를 맞아 영어등 외국어 교육과 함께 인성교육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교육철학의 일단을 밝혔다.

『불임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는 차이사장은 강남·분당 차병원과 포천중문의대의 역량을 결집, 머잖아 해외에 의술을 수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자신했다. 한달에 한두번 서울에서 차로 2시간쯤 걸리는 학교를 찾는다는 차이사장은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 오히려 공부하기 좋다』고 말하면서도 『신세대들의 희망과 불만도 수렴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IMF로 재정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별 무리없이 학교의 내실을 기해왔다』며 『부(富)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교육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계속 정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이사장은 1941년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뒤 도미(渡美), 불임을 본격연구했으며 62년 연세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19년에 출생한 그는 팔순이 코앞인 지금도 분당과 강남 차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하고 있다. 차이사장은 『머리가 좀 더 싱싱하고 젊었더라면 책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말로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다.<윤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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