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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강해져야 한다/李東熙 전 서울산업대 총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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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강해져야 한다/李東熙 전 서울산업대 총장(특별기고)

입력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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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장관이 취임 9개월만에 21세기 교육비전을 제시하면서 혁신적인 교육개혁을 강행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아무런 이념도 없이 오직 자리지키는데만 급급했다고 비판받아온 교육부가 임자를 만난 셈이다. 머지않아 무사안일과 무풍지대에 안주해왔다고 비판받은 일선 교단위에 「벼락이 떨어지고(抗雷霆) 도끼로 내려 친다(■斧鉞)」는 찬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2000년대 무시험 대학입학, 한 가지만 잘하면 잘 살 수있다는 확신, 정보화시대의 컴퓨터훈련, 그리고 교육계의 세대교체와 교단에서의 노동운동 허용 등…. 참으로 장밋빛 미래처럼 보이지만 그 엄청난 변화는 제 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것일까. 몹씨 불안하다. 미국의 피바디대학 등의 이상주의적 학파들의 압력으로 우리 교육계의 분위기가 「피바다」가 될 것같다. 지난 50년간 뿌리없는 교육정책의 혼미보다 더 심각한 혼돈이 오는 것은 아닐까.

이미 미국에서도 10여년전에 레이건 대통령이 「교육의 위기」라는 보고서를 받고서 학생들에게 『너무 텔레비전만 보지말고 공부 좀하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선택과목이 너무 자유로워 학생들이 어려운 수학공부는 안하고 재미있는 성교육과목에만 몰리니 걱정됐던 모양이다. 과연 그 이상적인 미국의 교육제도로 얼마나 많은 미국의 일반대중이 문맹에 가까운 시민이 되었던가.

그래서 오늘날 미국의 교육계에서도 심각한 반성이 일고 있다. 교육학자가 아닌 하슈박사(E.D. Hirsch.jr)는 「학교란 이래야 된다」는 책을 통해 미국교육의 반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주입식 암기식 수업을 탈피하여 학생중심의 교육을 자유로이 추구해야 한다』는 이상주의적 교육풍조로 인해 미국의 교육이 「알맹이 없는 교육」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즉 미국의 민주사회를 지키기 위한 시민교육은 어떻게 미국의 정치적 유산과 인류문명의 언어와 문자를 지켜나갈 것인가. 하슈 박사는 그것은 어렸을 때부터 철저한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요즘처럼 「교사도 학생도 책임 안지는」 교육풍토에서는 공적인 학교교육이 쇠퇴하고 교육의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미국의 평등주의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교육개혁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되고 있다. 강남에는 「족집게 과외」가 성행하고 있고 대학입시때마다 교육부보다 사설학원의 입시분석이 TV에서 활개치니 교실을 지켜온 교사는 책임도 긍지도 없는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이해찬 장관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하여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

미국의 힐러리 여사도 두 살 미만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라』고 호소하면서 유년의 주입식 교육을 권하였고 이미 유태의 어머니들은 애가 무릎에 있을 때 「구약성서」를 귓속에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교육에서도 소학(小學)교육은 철저하고 뿌리깊은 주입식으로 가히 세계적이었다.

우리 민족은 자고로 세습적인 계급이 없는 평등사회를 만들어왔다. 영의정 집안도 3대만 과거에 붙지못하면 낙향하여 평민이 됐다. 그래서 지금과같은 교육열의 전통이 생겼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압축성장을 가능케한 「아시아적 가치」의 저력이다. 이러한 선의의 경쟁을 무시험 입학선언의 묘책(?)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교육제도를 정권적 차원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 보다는 선생님들의 교단을 더욱 빛나게 해주어야 한다. 65세 임기를 보장해 줘야 우수한 사범의 대열이 이어진다. 그래야만 우리의 전통적인 사도(師道)문화를 다시 일으킬 수가 있다. 우리의 현대적 교단위에 새로운 선비 스승의 상(像)을 다시 창조해내자. 그래서 비전문적인 학부모나 시민단체의 불필요한 간섭에서 벗어나게 해 주자. 그리고 교무실에서는 부질없는 학내 정치분위기를 조성하는 「건달선생」들을 소탕할 교권이 장관보다 강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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