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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접’ 이래서야(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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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접’ 이래서야(社說)

입력
1998.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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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손찌검을 한 교사가 경찰에 붙잡혀 가 조사를 받은 사건은 충격적이다. 교사를 이렇게 대우하면서 어떻게 교육입국을 입에 올리며, 내 아이 잘 가르쳐 주기를 기대할 것인가.학생들이 112전화로 고발했다고 해서 교사를 순찰차에 태워 파출소로 연행한 것은 상식을 벗어난 짓이다. 경찰은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 임의동행, 의견진술을 받았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일에 과잉대응했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난 10월 체벌교사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경찰관이 신고한 중학생들을 훈계하고 돌아 온 일과는 대조적이다. 그 경관은 담배 피운 학생들이 벌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유만으로 그 담임교사를 교체한 학교당국의 조치도 스스로 교권을 부정한 것과 다름없다. 『실력없는 선생이 숙제만 많이 낸다』고 떠든 학생 그 학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고 폭력교사로 신고한 다른 학생, 어쩌다 우리 학원이 이렇게 됐는지 한탄하게 된다.

학부모들마저 걸핏하면 학교에 가서 자기 아이를 벌 준 교사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세상이다. 선생님을 이렇게 마구 대하고, 문제가 일어나면 교사를 징계하는 것을 일상사처럼 목격하는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담임교사를 바꿔달라는 연판장을 돌렸던 일과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교권을 짓밟아 왔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체벌을 범죄시하는 교육정책이 이런 세태를 조장한 것이 아닌가 하는 교단의 논의에 주목한다. 서울시 교육청이 11월부터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시행한 이후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노골적으로 『잘리고 싶으면 때려보세요』라고 대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해방』이라고 떠드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선생님이 조금만 손을 대도 즉석에서 휴대전화로 112에 신고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체벌교사는 처벌하겠다는 교육청의 공문이 내려온 이후 달라진 풍속도다.

체벌은 나쁘다. 그러나 체벌 없이는 교육이 불가능한 교육일선의 실정에도 눈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독일과 영국에서도 최근 체벌을 불법화하는 법안과 판결이 보수정당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학교가 이렇게 황폐해진 것이 체벌금지와 관련이 있다면 우리도 체벌금지 정책을 더 심도있게 토론해서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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