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엔 ‘틀물레짓’ 화제도김종필(金鍾泌) 총리가 한번씩 던지는 생소한 어휘나 수사(修辭)들이 정가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번의 「몽니」란 어휘가 그렇다. 김총리가 15일 자민련 중앙위원회 연수대회에 참석, 내각제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도 성질이 있다. 때를 맞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되 그러고도 안되면 몽니를 부리면 된다』고 말한 것.
국어사전에 따르면 「몽니」는 「음흉하고 심술궂게 욕심부리는 성질」이라고 돼있다. 「내년말 내각제개헌」약속을 밀어붙이되, 그것이 안 먹힐 경우 현정권의 존망을 좌우하는 「판깨기」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일종의 「언어 시위」이다.
김총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처럼 귀에 익지 않은 어휘나 한자어 등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면서 핵심을 건드리는 경우가 많다. 김총리는 민자당 최고위원시절이던 91년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표최고위원이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을 압박하는 행동을 하자 「틀물레짓」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이 말 역시 잘 쓰이지 않는 구어(口語)로, 어린아이가 심술을 부리고 떼를 쓴다는 뜻. 그의 화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령 『세상 섭리는 상호규정의 교호작용속에 이루어진다』는 철학적 표현이라든지 『서로 정성을 다지고 보람을 노놔(나누어)갖자』는 등의 정감어린 표현들을 즐겨 쓰곤한다. 김총리는 그러나 16일 「몽니」란 표현이 다소 과했다고 느꼈는지, 『앞으로 답답하리만큼 침묵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할 말 다하고 발을 뺀 셈이다.
그는 이어 이날 광주에서 지역인사 10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는 『이순신장군께서 호남이 없었더라면 이나라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듯이 호남지역은 일찍부터 외침을 막고 불의에 항거하는데 앞장섰던 충의의 고장』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 국정을 맡게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고 호남정서에 호소하는 수사를 구사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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