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씨 손녀 “증여세 취소” 승소

회사자금으로 은행 금전신탁에 가입한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사 주식을 대량 매입한 주주에게 현행 세법으로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고법 특별10부(재판장 이종욱·李鍾郁 부장판사)는 15일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친손녀인 은희(27)·유희(25)씨가 서울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9,200여만원의 증여세 부과를 취소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

은희·유희씨의 어머니로 정명예회장의 큰며느리인 이모(90년 사망)씨는 89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동서산업의 주식지분을 늘리기 위해 회사자금 5억원을 은행 금전신탁에 맡긴 뒤 이를 담보로 4억여원을 대출받아 주식을 매입했다. 종로세무서는 『이씨가 신탁 수익자로 돼 있었고 대출로 경제적 이익을 얻은 만큼 회사에서 증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며 증여세를 물렸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현행 세법은 신탁 수익자가 신탁 원금·수익을 실제로 받은 때에 비로소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편법인 것은 인정하지만 증여세를 물릴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박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