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장선출 한달 가까이 지지부진/‘정부 불개입論’ 직무유기될수도「배는 떠나야 하는데 선장이 없다」
한빛은행 공식출범이 보름앞으로 다가왔지만 가장 중요한 행장선임이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지금쯤 모든 인사를 마무리짓고 막판점검에 전력해야 할 상황이나 정작 최고사령탑 조차 정해지지 않다보니 경영구조확정, 조직개편, 후속인사 등 모든 일정은 뒤로 늦춰지고 직원들은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다. 한빛은행이 「무늬만 리딩뱅크」 「덩치만 최고은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빛은행장 자리는 현재 배찬병(裴贊柄) 상업은행장 신동혁(申東爀) 한일은행장대행 김진만(金振晩) 한미은행장의 3파전 양상. 지난달 중순 뒤늦게 인선위가 가동됐으나 위원구성문제로 「본론」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열흘이상을 허비하더니 이젠 행장추천을 놓고 또다시 20여일 가까이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사태공전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으며 인선위와 상업·한일은행도 면책받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빛은행에 관한 한 정부는 권력기관이기에 앞서 지분율 95%의 실질적 지배주주. 그런데도 관련 당국자들은 『행장인선에 간여하지 않는다』 『두 은행이 합의하면 수용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두 은행에 투입된 5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도 정부는 한빛은행의 성공적 출범을 주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 금융계인사는 『대주주인 정부가 불개입, 양 은행합의만 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금융외적(外的) 문제가 얽혀있는 행장낙점이 곤혹스런 결정이긴 하나 그런 리스크를 더이상 회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선위도 실질적이든, 형식적이든 행장후보추천권을 가진 만큼 「앉아서 지침만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로 여겨지고 있다. 두 은행 역시 상층부에선 상대방에 대해 「비토(거부)」 논리만 늘어놓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첫 결실이자, 자산 100조원의 슈퍼뱅크, 삼성 LG그룹의 주채권은행인 한빛은행의 실패는 곧 금융개혁의 후퇴, 국민세금의 탕진, 재벌개혁의 차질을 뜻한다. 주주권자인 재정경제부는 더이상 행장선임을 늦춰서는 안된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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