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의 첫 단계로 일본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기 시작한 지 3주 가까이 돼간다. 지난달 28일의 「가족시네마」를 필두로 「하나비(花火)」와 「카게무샤(影武者)」의 간판이 전국의 극장에 내걸렸다. 그러나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시금석이 되는 이 영화 세 편에 대한 우리 관객의 반응은 매우 차분했다. 아니, 오히려 「차가웠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우려되던 과열현상이 일지 않은 점에서는 다행이나, 우리 관객의 대중문화 취향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세 편 모두 평가를 받은 영화들이다. 「가족시네마」는 일본의 권위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교포작가 유미리의 자전소설을 박철수 감독이 일본배우를 동원해서 만든 작품이다. 시사회의 평도 좋았으나 한국에서는 개봉초부터 참패를 맛보았다. 9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하나비」는 현실에 좌절한 형사의 비극적 아내사랑과 폭력에 경도되는 과정을 냉정한 영상미학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절반 쯤 좌석을 메운 관객은 좀처럼 영화를 따라 달아오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도 좌석 점유율이 50%에 못미친다. 무사의 대역(代役)이 겪는 희비를 통해 전국시대를 조망하는 이 영화는 칸영화제 등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상영관은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젊은이들이다. 이 작품들을 상영하기 위해 많은 수입업자들이 경합을 벌인 것을 고려할 때, 첫 상륙한 일본영화는 쓴 맛을 본 셈이다.
정부는 이처럼 작품성을 공인받은 영화들부터 개방하기 시작해서 1년 정도의 충격완화기간을 거쳐 일반 상업영화와 가요, 게임 등 일본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개방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그 점에서 볼 때 일본영화에 대한 관객의 차분한 반응은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개방의 첫단추 끼기가 별 무리없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영화들은 일본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젊은 스타들이 등장하는 상업영화가 본격 수입될 경우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영화의 미래, 특히 요즘의 스크린 쿼터제 논란과 관련해서 가장 강조되는 점은 우리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고 매력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대중문화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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