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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일본영화 상영관(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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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일본영화 상영관(社說)

입력
1998.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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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중문화 수입개방의 첫 단계로 일본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기 시작한 지 3주 가까이 돼간다. 지난달 28일의 「가족시네마」를 필두로 「하나­비(花火)」와 「카게무샤(影武者)」의 간판이 전국의 극장에 내걸렸다. 그러나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시금석이 되는 이 영화 세 편에 대한 우리 관객의 반응은 매우 차분했다. 아니, 오히려 「차가웠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우려되던 과열현상이 일지 않은 점에서는 다행이나, 우리 관객의 대중문화 취향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세 편 모두 평가를 받은 영화들이다. 「가족시네마」는 일본의 권위있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교포작가 유미리의 자전소설을 박철수 감독이 일본배우를 동원해서 만든 작품이다. 시사회의 평도 좋았으나 한국에서는 개봉초부터 참패를 맛보았다. 9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하나­비」는 현실에 좌절한 형사의 비극적 아내사랑과 폭력에 경도되는 과정을 냉정한 영상미학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절반 쯤 좌석을 메운 관객은 좀처럼 영화를 따라 달아오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도 좌석 점유율이 50%에 못미친다. 무사의 대역(代役)이 겪는 희비를 통해 전국시대를 조망하는 이 영화는 칸영화제 등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상영관은 60세 이상의 노년층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젊은이들이다. 이 작품들을 상영하기 위해 많은 수입업자들이 경합을 벌인 것을 고려할 때, 첫 상륙한 일본영화는 쓴 맛을 본 셈이다.

정부는 이처럼 작품성을 공인받은 영화들부터 개방하기 시작해서 1년 정도의 충격완화기간을 거쳐 일반 상업영화와 가요, 게임 등 일본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개방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그 점에서 볼 때 일본영화에 대한 관객의 차분한 반응은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개방의 첫단추 끼기가 별 무리없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 영화들은 일본에서도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젊은 스타들이 등장하는 상업영화가 본격 수입될 경우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영화의 미래, 특히 요즘의 스크린 쿼터제 논란과 관련해서 가장 강조되는 점은 우리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고 매력있는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 점은 다른 대중문화의 경우에도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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